아이들에게 친근하고 익숙한 소재로 꾸며져 있어 더욱 흥미로워요. 가족, 친구, 선생님 등 사람들 이야기를 다룬 동시들도 많이 있는데요, 이 동시집의 경우 꽃과 동물, 곤충, 과일에 한정되어 있네요. 각 동시의 제목이 곧 소재가 되는 셈이지요. 각 장이 끝나면 스스로 동시를 써볼 수 있답니다. 어쩌면 소재가 곧 제목이 된다면, 아이들이 더 쉽게 동시 쓰기에 접근할 수 있을 듯해요.
아이들이 읽고 이해하기에 쉬운 말로 이루어진 시들이 대부분이고요, 시마다 재미와 교훈을 담고 있어요. 편안하게 낭송하다 보면 마음도 포근해지고 든든해지는 시들입니다. 어른들 마음속에도 동심이 숨어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이 동시집은 잠자는 동심을 살랑살랑 깨워줄 거예요.
어른을 위한 짧은 글귀 모음 같기도 해요. "울퉁불퉁 나답게 생겼어" 하면서 자신감과 향기를 드러내는 '모과', "빨리 날기보다 아름답게 날 거야" 하면서 자유를 뽐내는 '나비', "날지 못하는 새가 아니라 힘껏 달리는 새로 기억될 거야"라고 다짐하는 '타조' 등 마음에 와닿는 구절들도 많았어요. 요즘 계절에 어울리는 '감'이라는 동시를 소개해볼게요.
떨떠름한 감
달달한 감 되고
단단한 감
말랑한 감 되려면
시간이 필요해
조금 느려도 괜찮아
누구나, 익어갈 시간이 필요해
요즘의 저에게 딱 필요한 동시구나 싶었어요. 무르익어야 결실을 볼 수 있는 법인데, 너무 조급한 모습을 보였던 게 아닌가 싶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