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지나가게 하라 - 흐르는 대로 살아가는 인생의 지혜
박영규 지음 / 청림출판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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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으로 편안함을 주는 책이 있어요. 이 책이 그랬는데요, 최근에 안팎으로 소용돌이가 많았던 때 얼른 읽고 싶다는 갈망이 들었을 정도입니다. 저자는 "노자와 장자, 주역, 그리고 고양이를 사랑하는 인문학자"로 소개되어 있네요. 사회학과 정치학 전공자로 인문학 강의와 더불어 관련 책들을 출간했어요. 이 책은 저자가 노자의 <도덕경>에서 발견한 단순한 삶을 정리한 거예요. 한마디로 이렇게 요약할 수 있습니다.

족함을 알면 욕을 당하지 아니하고 그칠 줄 알면 위태롭지 않다. 사사로운 욕심을 줄이고 소박하고 검소하게 살라.(12쪽)

저자는 크게 여덟 가지로 나누어 <도덕경>의 핵심을 소개하고 있어요. 그렇다고 딱딱한 철학 수업 방식이 아니라, 자신의 일상과 경험, 여러 책들을 통한 사유도 함께 보여주기에 친근하게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지요. <도덕경>의 인용은 한자와 함께 해석을 풀이하고 있고요. 그럼 책의 내용 가운데 몇 가지를 소개해볼게요.

거피취차 : 저것을 버리고 이것을 취한다

위 내용이 있는 <도덕경> 38장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아요.

대장부는 두터움에 머물고 얄팍한 데 거하지 않는다.

내실을 중히 여기고 화려함에 거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저것을 버리고 이것을 취한다.(131쪽)

버려야 할 저것은 세상 기준, 타인의 욕망에 자신을 맞추는 삶이고 취해야 할 이것은 내 의지대로 사는 삶입니다. 시류에 휩쓸린 얄팍하고 겉모습만 화려한 삶이 아니라, 자신만의 원칙을 지키면서 내실을 다지는 삶을 추구하자는 거예요. 저는 요즘, 어떤 선택이 맞을까 갈등한 적이 있어요. 중요한 순간마다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취할지 결정하는 일은 쉽지 않아 보여요. 그때마다 내실보다 화려함을 쫓고 있지는 않은지, 나만의 원칙보다 세상과 타인의 관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지 섬세히 들여다보는 일이 필요할 거예요.

상선약수 : 최고의 선은 물과 같은 것이다

물은 겸손해서 항상 자신을 낮춥니다. 겸양지덕과 희생정신을 겸비하기에 노자는 물을 최고의 선이라 칭했고요. 노자의 무위자연은 평화와 동의어인데 이에 잘 어울리는 것이 물입니다. 결국 저자에 따르면 물처럼 산다는 것은, 자신을 완전히 비우고 내려놓고 낮은 곳으로 향하는 겸허한 마음으로 세상을 유연하게 사는 것이지요. 시비나 다툼도 없이 담담하고 소박하게요. '흐르는 물처럼'의 의미는 정말 깊고도 넓게 뻗어갈 수 있군요.

탁정서청 : 흙탕물은 가만두면 절로 맑아진다

위 내용은 무위자연의 다른 표현이라고 해요. 저자의 재미있는 비유를 끌어오면, '렛잇비'나 '시간이 약'이라는 말의 <도덕경> 버전입니다. 흙탕물을 깨끗하게 하려고 휘저으면 물이 더 탁해질 뿐, 가만히 앉아 지켜보면 서서히 맑아진다는 말인데요, 이에 대해 저자는 인생의 먹구름에 초조해하지 말고 그런 날도 있지 하면서 무심히 바라보는 게 지혜롭다고 적용합니다.


이 외에도 저자가 <도덕경> 속에서 찾은 지혜를 건져올릴 수 있는 책입니다. 우리 주변에는 시간이 지나야 해결되는 일들이 정말 많지요. 어떤 문제와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그저 손 놓고 있자는 말이 아니라, 아등바등 어쩔 줄 몰라하면서 몸과 마음을 더 해롭게 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제가 최근에 그랬거든요. 속상한 일이 있었는데 그 마음을 꽤 오래 붙들고 있었어요. 식욕도 떨어지고 가슴이 콕콕 아픈 증상까지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이 책의 제목 <그저 지나가게 하라>가 많이 와닿았나 봐요.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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