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치워크 I LOVE 그림책
맷 데 라 페냐 지음, 코리나 루켄 그림, 전하림 옮김 / 보물창고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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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파랑과 분홍과 외로움과 웃음,

오랜 시간에 걸쳐 모은 형형색색의 조각 천들이

한 땀 한 땀 이어 붙여진 패치워크야."

제목이 들어간 문장을 먼저 소개해봅니다. 이 책의 메시지가 확연히 드러난 부분이기도 하고요. 이 그림책의 글작가는 뉴베리 상과 칼데콧 상을 동시에 수상한 <행복을 나르는 버스>를 쓴 사람이에요. 사실 그의 신작 그림책이라 보고 싶었던 이유가 컸어요. 볼로냐 상 수상 경력이 있는 그림작가는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는데요, 패치워크의 느낌을 정말 멋지게 구현했구나 하고 감탄하게 됩니다. 색감의 변화에 주목해서 보면 좋을 거예요.

책 속에는 여러 아이들이 등장해요. 그 아이들은 각자 성격과 기질, 재능이 다릅니다. 이 책이 특별하게 다가오는 지점은, 그들이 어떤 어른으로 변할지 미래를 살짝 보여준다는 거예요. 그 접근이 참신해요. 가령 공 쓰는 것에 척척인 소년은 승부사 기질도 가지고 있어요. 평범하게 이어간다면, 이 아이의 미래는 운동선수쯤 되겠지요. 그런데 글작가는 시인이 된 소년의 미래를 보여줍니다. 운동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왜 시가 나올까 싶지만, 다음 문장들을 보면 수긍이 가요.

"공이 통통 튀어 오르는 소리는

네 외로움을 표현하는 언어야.

넌 두 가지 언어에 모두 능통해.

그리고 언젠가는 공 대신 낱말이 너와 함께할 거야.

네 손끝에서는 멋진 시구가 풀려 나오겠지.

너는 언제나 시인이었으니까."

우리는 누군가의 한 면만 보고 쉽게 단정하고 재단하기도 하는데요, 공을 언어 삼던 소년의 모습을 보고 낱말을 멋지게 풀어내는 시인도 볼 수 있는 안목이랄까 열린 시각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었어요. 특히 어른들이 아이들을 볼 때요. 다른 아이들은 각각 어떤 가능성으로 펼쳐가는지, 직접 책을 통해 확인해볼 수 있답니다.

글작가가 의미하는 패치워크는 책 속에서 화음과도 연결되지요. 저는 퍼즐의 상징성을 떠올렸어요. 인생의 어느 시기에는 잘못 끼어든 퍼즐 조각 같아 보였던 것들이, 나중에는 전체 퍼즐판의 한 위치를 차지하고 주변 퍼즐 조각과 조화롭게 맞추어지는 것처럼요. 다양한 조각 천들이 모이고 다채로운 소리가 모여서 커다란 조각보와 아름다운 음악이 된다는 의미가 깊이 있게 다가왔어요.

문득 오래전에 엄마가 꼬마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치실 때, 그중 한 아이가 그만두겠다면서 그 이유로 "저는 의사가 꿈이라서 피아노는 배울 필요가 없어요."라고 말했던 기억이 나요. 우리가 어떤 꿈을 향해 나아갈 때, 그 과정이 삭막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인생의 매 시기를 돌아봤을 때도 단색의 조각보, 단조로운 음이 아니라 풍성할 수 있기를! 어린 뽀야의 현재 모습을 보고 성향과 가능성을 제한하지 않고 아주 활짝 열어둘 수 있기를!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게 되는 그림책이었어요.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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