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차례대로 읽어가도 좋고, 지금 자신에게 필요한 부분 먼저 읽어도 좋겠지요. 저는 한 페이지씩 천천히 넘겨보면서, 고개를 끄덕이거나 마음이 머물게 되는 문장을 가만히 들여다보곤 했어요.
스스로에게 정성과 시간을 들여 현명하고 좋은 사람이 되면,
결국 관계에서 낭비하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40)
'관계의 거름망'이라는 글의 일부인데요, 글작가는 걸러도 되는 사람에 대해 열거하고 있어요. 걸러도 되는 사람을 거르는 방법이란 최소한의 예의와 무관심이라는 말도 정말 공감이 됩니다. 어쩌면 최소한의 예의조차 불필요한 경우도 있지 않을까 싶어요. '관계의 지도'라는 글에서, 오래된 친구를 기대감 섞인 프레임으로 보지 말라는 조언도 귀담아 들을 만했어요. 높은 기대감은 큰 실망감으로 이어지곤 하니까요.
고정관념을 깰 수 있는 시선도 좋았어요. 컵 안에 반쯤 담긴 물을 볼 때 우리는 비관주의, 낙관주의로 구분해서 말하잖아요. 그런데 글작가는 무조건 낙관주의 입장에 서자고 말하는 대신,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자고 말해요. 그저 컵 안에 반쯤 담긴 물로! 또한 무조건 힐링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 자신의 언행을 돌아보는 성찰, 자기가 상처 준 사람에 대한 사과도 필요하다고 지적해요.
마음속을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관점도 나와 있습니다. 우리가 상처받는 이유는 스스로 만든 전제 때문인데요, 글작가가 예를 든 내용들이 와닿았어요. 제가 그랬던 적이 많았나 봐요. 가령 "친구는 바빠도 내 고민에 귀 기울일 것이다", "카톡의 답장은 바로바로 올 것이다" 등. 일일이 상처받고 살 필요가 없다는 당연한 진리를 일깨웁니다. 제 안의 감정들을 추스려볼 수 있는 글도 만나게 되지요.
슬픈 하루에는 슬프지 않은 순간도 있다.
짧지만 그런 순간들 때문에
슬픔을 이겨낼 힘을 얻는다.
결국, 이겨낸다.(150+)
사랑에 관한 글을 읽으면서, 싫다고 단정한 대상들 속에서도 숨어 있는 좋은 것을 발견할 수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해봅니다. 때로는 제가 먼저 어른 된 모습으로서 아이 같은 누군가를 품어줄 수 있지 않을까, 마음을 조금 넓혀보기도 했고요.
일상의 여유를 찾아보는 시간도 가져봤어요. 다음 구절이 요즘 저에게 특히 많이 와닿았습니다. 관련된 일러스트를 보고 자기 점검도 해봤지요.
잃어버렸을 때 금방 티가 나는 것보다
잃어버린지도 모르고 지나가는 것이
실은 인생에서 더 중요한 것,
절대 잃어버리면 안 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2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