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리, 고길동을 부탁해 둘리 에세이 (열림원)
아기공룡 둘리.김수정 원작, 김미조 엮음 / 열림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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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갑자기 왜 둘리에 관한 책이 나왔을까 했어요. 2019년 초판이 나온 이 책은 <아기공룡 둘리 : 얼음별 대모험 리마스터링> 재개봉 기념 에디션이네요. 더구나 둘리가 지구별에 온 지 벌써 40년이라고 해요. 그림 에세이 속 둘리의 모습을 실컷 보기 위해, 뽀야에게도 보여주고 싶어서 이 책을 기다렸지요.


둘리, 도우너, 또치, 희동이, 마이콜, 고길동 등 등장인물 소개가 끝나면, 페이지마다 각 캐릭터의 모습, 만화 컷이 나오고 그와 연관된 짧은 글이 이어져요. 어쩌면 다 알고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알면서 쉽게 잊고 있는 진리를 담고 있어요.


실수한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새로운 시간이 당신을 향해 이미 펼쳐져 있어요.

다른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 봐요.

(46쪽)


"등 뒤의 닫힌 문 말고 내 앞의 열린 문을 보라"는 표현도 같은 의미겠지요. 이 책은 지친 마음을 위로하면서 동시에 다시 일어날 힘도 주는 듯해요. 행복할 권리를 찾으라는 말도 강하게 다가왔어요.


꿈꿀 수 있는 권리,

즐거울 권리,

떠날 수 있는 권리.

당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건 모두

당신이 찾아내야 할 삶의 권리예요.

열심히 찾으세요.

(88쪽)


"바로 오늘, 이곳과 저곳"의 소중함을 말하지만 즉시 멈추거나 떠나야 할 때는 과감할 것을 주문하기도 해요. 작고 소중한 일상의 행복을 말하면서도 떠나야만 마주할 수 있는 것들을 일깨웁니다. 저는 그런 지혜와 균형을 가르쳐주는 문구들이 좋다고 생각했어요. 가령 "꿈을 꾸되 현실을 응시하라"고 조언합니다. 또한 친구와 함께 가는 길을 강조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만큼 서로 정성과 시간을 주고받아야 한다는 전제를 말해주지요.


이 책의 제목만 보면 고길동에 대한 이야기들로 가득할 것 같은데, 앞서 살핀 대로 반복된 일상에 지친 어른들이 보면 좋은 내용들이 많이 있어요. 길동 아저씨 편도 소개해봅니다.


길동 아저씨는 가장의 배낭이 무겁지만 힘이 되어주는 가족이 있어 스스로 다독일 수 있답니다. 이 책에서는 가장을 "홀로 견디는 사람이 아니라 가족과 함께 사는 사람"이라고 정의해요. 비바람과 뜨거운 태양을 견딘 과일 나무에 비유하기도 하지요. 또한 이 땅의 가장들을 위로하는 말을 건네요.


오늘 하루 잘 견뎌 냈어요.

떠날 자격 있지만 안 떠난 당신.

그래서 위대해요.

(179쪽)


가장이자 만년 과장인 길동 아저씨에게 둘리가 전하는 핵심 구절은 직접 책에서 확인해보세요. 이처럼 곱씹어볼 문장들이 많이 있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질문하는 대목에서, 잠시 생각할 시간을 가져보기도 했어요.


"비가 내리지 않아도 우산은 현관에 있듯이 가끔씩 문을 열고 내다보면 생각지도 못한 사람이 나를 위로해준다"는 표현이 마음에 남아요. 저에게는 이 책이 그랬어요. 몸과 마음이 지친 상태에서 귀여운 둘리 얼굴을 실컷 볼까 싶어 펼쳤던 책이었는데요, 예상하지 못한 페이지에서 "그래, 맞아" 하고 공감하고 위로받고 힘을 얻었어요.


올해 책과 애니메이션으로 우리 앞에 다시 나타난 둘리가 반갑네요. 부디 현실을 견디지만 행복할 권리마저 버리지 않기를! 시행착오와 방황의 과정이 끝나면 상처는 희미해지고 지혜가 뚜렷해지기를!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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