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라이라이 라이온의 새빨간 거짓말 상담소 ㅣ 다정다감 생활책 1
권재원 지음, 김민화 감수 / 웅진주니어 / 2023년 3월
평점 :
뽀야가 올해 초 교회 유치부에 다녀왔을 때의 일이에요. 처음 산 머리띠를 하고 간 날이라 제가 "와, 오늘 선생님들이 뽀야를 모두 예쁘다고 하겠다. 몇 명이나 그렇게 말해줄까?" 하고 말했어요. 이후 교회를 다녀온 후 뽀야가 말하는 거예요. "두 명이 예쁘다고 했어."라고요. 그런데 이튿날 저에게 이렇게 속삭이는 거예요. "사실 어제 한 명도 예쁘다고 말해주지 않았어."라고요. 저는 뽀야가 저에게 원하는 답변을 해주려고 "백색 거짓말"을 한 사실에 좀 놀랐지요. 아이들에게 무심한 그곳 주일학교 선생님들의 모습이 많이 씁쓸하기도 했고요. 아무튼 그 일을 계기로, 저는 말을 조심하기로 했어요. 다른 사람들의 반응에 신경쓰지 않도록 가르쳐야겠구나 하고요.
거짓말에 대한 특별한 책이 나와서 눈에 띄었어요. 스물다섯 가지 사례를 재미있는 그림 형식으로 소개하고 각 사례마다 라이온의 선물이 나와 있어요. 참, 라이온이 누구인지 먼저 알아야겠지요. 표지에서 짐작하듯이 사자 캐릭터인데요, 단순히 영어로 표현된 것이 아니라 작명의 심오한 뜻이 있다고 해요.
lie[라이-거짓말]+on[온-켜지다]=라이온, '거짓말이 켜지다.'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하는 라이온은 거짓말하는 아이들의 속마음을 잘 읽어서 거짓말 상담소를 열었다고 합니다. 이제부터 거짓말 때문에 답답한 친구들이 어떤 사연을 가지고 찾아왔는지, 라이온은 어떤 명쾌한 이야기를 해주는지 들여다봅니다.
좋아하는데 안 좋아한다고 거짓말했어
누군가를 좋아하는 친구는 부끄럽기도 하고 상대방이 자신을 안 좋아할 수도 있어서 자기 마음을 숨겼어요. 라이온은 그 친구에게 용기 주스를 건네면서 이런 맥락으로 이야기합니다. 이런저런 걱정 때문에 마음을 숨기다 보면 진짜 원하는 것을 놓칠 수도 있다고, 솔직하게 마음을 표현하는 용기가 중요하다고, 상대방이 뭘 좋아하는지 살펴보고 좋아하는 것을 같이 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하지요. 라이온의 선물은 함께 찰 때마다 우정이 샘솟는 "퐁퐁 제기"랍니다.
떡볶이가 싫은데 좋다고 거짓말했어
매운 거 못 먹는 친구는 아이들과 어울려 떡볶이를 억지로 먹었어요. 혀가 불타는 것처럼 아프면서요. 라이언은 "요술 맛 도넛" 선물을 가지고 그 친구를 찾아가 이야기합니다. 거짓말로 자신의 모습을 숨기다 보면 싫은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고, 솔직하게 자신에 대해 알려주어야 서로 좋아하는 것을 맞추고 싫어하는 것을 피할 수 있다고요.
부모님을 실망시키기 싫어서 거짓말했어
시험을 망친 친구는 시험을 잘봤냐고 묻는 부모님에게 그렇다고 말했어요. 부모님이 기대를 너무 많이 하니까 힘들다고 해요. 라이온은 중요한 이야기를 해줍니다.
"기대가 나쁜 것만은 아니야. 기대 덕분에 힘든 일을 이겨내기도 하고, 목표를 향해 달려갈 수도 있으니까. 기대가 문제가 되는 건 너와 맞지 않기 때문이지. 부모님께 네게 맞는 기대를 해달라고 말하렴."(54쪽)
공부보다 식물 키우는 것을 좋아하는 친구였기에, 라이온은 갑갑할 때 향기를 맡으면 머리가 맑아지는 "상쾌 식물"을 선물로 주지요.
몇 가지 사례만 소개해봤는데 어때요? 꽤 흥미롭지요? 저는 설명하는 줄글 위주의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상 그림과 대사 위주의 책이었어요. 그래서인지 뽀야도 재미있게 읽더라고요. 초등학생 대상의 사례를 담고 있지만 유아부터 어른까지 전 연령대가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는 종종 상대를 보호하기 위한 "백색 거짓말"을 하게 되니까요. 뭔가 난감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 둘러대듯 하는 거짓말도 있지요. 문제는 자신의 거짓말이 부담스럽고 타인의 거짓말이 짜증나는 경우일 거예요.
여러 사례 중에서 "장난으로 거짓말했어"의 경우 저는 라이온의 이 말이 정말 마음에 들어요.
"상대도 함께 즐거워야 장난인 거야. 나만 재미있고 상대가 싫어하면 괴롭힘이지. 모두 함께 재미있는 걸 하렴."(62쪽)
그래서 뽀야에게 말해주었어요. 누군가 장난이라고 하면서 뽀야가 듣기 싫은 말을 하거나 툭툭 치는 행동을 한다면, 그때는 "하지 마!" 하고 분명히 말하면서 화를 내야 한다고요. 제가 요즘 그런 말과 반응을 가르치는 중이거든요.
이 책의 마지막은 거짓말의 사례보다 생각해볼 질문이에요. "거짓말을 한 친구는 망신 주어도 괜찮을까?"인데요, 라이온은 거짓말을 사라지게 하고 싶다면 비난 대신 조용한 곳에서 거짓말을 한 이유를 들어보자고 제안해요. 그러면서 거짓말을 한 아이들을 망신 준 친구에게 "마음의 소리를 듣는 귀"를 선물해줍니다.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는 친구들을 이해하려는 작가의 의도가 느껴지는 대목이었어요. 작가의 말로 마무리해볼게요.
"진짜 마음과 진짜 모습을 숨긴다는 점에서 거짓말은 가면과 같아. (중략) 꼭 필요한 순간이라면 가면을 쓰는 경우도 생기겠지만, 잘못된 가면은 스스로 벗어 던질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어."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