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코끼리야 - 제4회 웅진주니어 그림책 공모전 우수상 웅진 당신의 그림책 7
고혜진 지음 / 웅진주니어 / 2022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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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그림책을 처음 만나봤어요. <나는 코끼리야>는 제4회 웅진주니어 그림책 공모전 우수상 작품입니다. 궁금했어요. 코끼리가 자신을 어떻게 소개하고 있는지요. 뽀야와 동물원에 갔을 때 코끼리 세 마리를 한꺼번에 본 적이 있었어요. 언제 나올지 알 수 없는데도 저와 뽀야, 다른 가족들은 코끼리 집 앞에서 기다렸어요. 다행히 오래 기다리지 않아서 코끼리 일행이 나와주었고 너무 반가웠는지 뽀야가 환호성을 질렀지요. 그 소리에 주변 사람들도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고요. 그날 몸집이 크지만 왠지 친근하게 느껴지는, 코가 긴 아이들을 실컷 보고 왔어요.


뽀야와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이 그림책을 펼쳐보았지요. 그런데 우리가 봤던 동물원 안의 코끼리들과 많이 달라요. 일단 이 책에는 자연 속에서 무리와 함께 이동하는 코끼리들이 등장합니다. 이들은 어디든 갈 수 있고 언제든 먼 여행을 떠날 수 있어요. 높은 산을 오르거나 큰 산을 내려올 수도 있지요. 그런데 이런 표현들 속에서 자신감이 느껴지지는 않아요. 왜냐하면 용감하지 못하고 힘이 세지 못하며 빨리 달리지 못한다고 전제하고 있거든요. 용감하고 힘이 세거나 빨리 달리기 때문에 어디든 갈 수 있고 먼 여행을 하거나 높고 큰 산을 오르내리는 게 아니라는 말이지요. 오히려 반대랍니다. 모든 조건이 좋지 않아도 무리와 함께 이동하는 거예요. 좋지 않은 상황을 극복하면서 나아가는 것이겠지요.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요?


자신을 지켜 줄 가족이 있어서, 친구와 서로 도울 수 있어서, 진흙을 뒹구는 친구들의 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친구들의 너른 등에 기댈 수 있어서. 그림책 속에서 제가 짐작해본 이유들입니다. 중간중간 나오는 "나는 코끼리야."라는 말이 주는 무게감이 느껴져요. 스스로 잘하자고 다짐하는 말 같기도 하고 무리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담은 말 같기도 해요. 타인과 비교하고 세상 기준에 맞춰 부족하거나 모자란 부분에 주목하기보다, 자신만의 당당함, 긍지를 드러내는 모습이 멋지게 다가왔어요.


빨강(주황), 검정(회색), 초록만으로 이루어진 색감, 판화 기법이 주는 분위기가 색다르게 다가옵니다. 저는 "신나게 놀아 보자."라는 글귀와 함께 검정 코끼리들이 자유롭게 그려진 장면이 인상적이었어요. 코끼리의 소망이겠지만 저의 바람이기도 해요. 살아가는 일이 뭔가 버겁고 힘겹게 느껴지지만 신나게 노는 마음으로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갈망 같은 것일까요. 이 그림책을 보면서 왠지 동물원 속 코끼리 일행이 안쓰럽게 느껴졌어요. 큰 몸집이 마음껏 놀기에 그 작은 숙소는 답답할 테니까요. 안전하기는 하겠지만요.


보는 사람에 따라 다양하게 읽고 느낄 수 있는 그림책 같아요. 이 책 소개와 함께 실린 심사평도 참고해보면 다른 각도에서 생각할 여지도 생기는 듯해요. 저는 "나는 코끼리야."라는 말이 주는 당당함과 긍지를 마음에 새겨봅니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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