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비밀 친구
경혜원 지음 / 창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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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키가 더 커!>는 일본 작가의 <사과가 쿵> 분위기로 유쾌했다. 키재기, 동물들의 모습, 딱따구리의 대응, 시소 놀이 등 이야깃거리가 많은 그림책이다. 그 책을 쓰고 그린 경혜원 작가의 신간이 나왔다. <커다란 비밀 친구>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는 아이의 얼굴이 어둡다. 엄마가 아프기 때문이다. 주말마다 아빠와 함께 엄마 병원에 간다. 거기서 책을 읽는데, 엄마는 아무 대답이 없다. 그런데 갑자기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다음을 읽어달라고. 공룡 두리다. 그날 이후 병원에 갈 때마다 아이는 두리를 만난다. 두리는 항상 아이에게 말한다.



"하고 싶은 말 모두 나에게 들려줘. 내가 들어줄게."



아이의 속마음을 들은 두리는 말한다.



"그럴 수 있어. 그래도 괜찮아."



아이는 누군가에게 마음을 털어놓고 싶었고, 몸집만큼 마음도 넓은 두리 덕분에 표정이 밝아졌다. 두리와 헤어진 후에도 아이가 괜찮을 것 같아 다행이다. 이 그림책 속에서 그런 안도감을 줄 만한 장면들을 확인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차분한 색감이 인상적이다. 어떤 말이든 들어주고 괜찮다고 말해주는 대상이, 우리 모두에게는 필요하다. 아이들에게는 부모가 그런 존재여야 마땅한데, 그렇지 못한 현실일 때 그 역할을 대신해줄 두리 같은 멋진 친구가 있다면 정말 좋겠다. 책 속 캐릭터일 수도 있고 영화 '인사이드 아웃'의 빙봉처럼 상상의 동물일 수도 있다. 그 무엇이 되었든, 진심을 전해주는 친구라면!



어쩌면, 자신의 감정을 꽁꽁 숨긴 채 겉으로 괜찮은 척하는 어른들에게 비밀 친구가 절실할지 모른다. 두리처럼 커다랗지 않더라도, 주머니 속 걱정인형처럼 아주 작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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