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누구니? 비룡소 창작그림책 76
노혜진 지음, 노혜영 그림 / 비룡소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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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자매가 자신들의 양쪽 할머니를 생각하며 그림책을 만들었어요. 흑백사진 느낌 때문인지, 한 장씩 넘길 때마다 그림 속 현장으로 들어간 듯한 기분도 들어요. 정자 씨와 월순 씨에 대한 사연은 그림책 속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

정자 씨 사연 중에서, 저는 한 그림에 오래 시선이 머물더라고요. 어린 정자가 아버지의 모자를 안고 부엌 앞 툇마루에서 아버지를 기다리는 모습이에요. 참 평화로운 일상이구나 싶었고요, 과장되어 보이는 수국의 크기가 오히려 자연스럽게 느껴졌어요. 그만큼 탐스러운 수국 향기가 안뜰을 가득 채워서 바람에 흔들리는 약주머니, 열린 부엌 틈으로 나오는 냄새, 아버지의 담뱃대에서 피어오르는 연기 등과 뒤섞였겠구나 하고요.

아버지 한약방의 약초 냄새와 글자 냄새를 좋아했던 정자는, 이후 순사들에게 끌려가지 않기 위해 강제 결혼을 해야 했고 해방 후 5년, 전쟁을 피해 낯선 곳에서 어떻게든 살아내야만 했지요.

"그렇게 난 쉼 없이 부딪치며 살아야 했지만

아이들이 있었기에 숨 쉴 수 있었어요."

정자 씨의 말에, 월순 씨도 화답하듯 사연을 이어갑니다.

"햇살처럼 반짝이는 아이들 덕분에 웃을 수 있었어요."

월순 씨 사연 중에서, 작은 부엌과 상차림 그림이 인상적이었어요. 석유풍로 위의 두부요리, 한쪽에 놓인 연탄, 구멍 난 부분까지 정교하게 그려진 배춧잎들. 그런데 자녀들이 모두 성장해서 외지로 나간 후에도 저런 부엌에서 지내셨다면, 많이 불편하시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어요. 더구나 월순 씨에게는 어린 시절 한 컷 사진이 없었나 봐요. 결혼 이후의 그림들뿐이에요.

정자 씨의 장남, 월순 씨의 차녀 결혼으로, 두 할머니는 서로 만났고요, 손녀딸이 태어난 이후 두 번째로 만나게 됩니다. 두 분의 사연을 그림과 이야기로 엮은 특별한 그림책을 만나보세요! 제목에 담긴 의미도, 책 속에서 살펴볼 수 있어요.

다 읽고 나면, 할머니와 엄마, 이 땅의 모든 어머니들을 생각하게 됩니다. 안타깝게도, 저는 양쪽 할머니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어서 할머니를 추억할 수 있는 조각은 많지 않지요. 항상 같은 자리에서 넉넉한 품과 한결같은 마음으로 사랑하고 아껴주시는 분, 어머니! 부디, 어머니꽃이 오래오래 아름다움과 향기를 뿜어주시길 소망합니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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