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권으로 읽는 대한민국 대통령실록 - 2022 개정증보판
박영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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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초판 원고를 넘긴 시점인 2013년, 그로부터 9년이 흘러 개정증보판이 나왔다. 기존 원고에서 18대, 19대 대통령 내용이 추가되어, 총 열두 명의 대통령실록으로 구성된다. 이 책에서 저자는 해당 대통령과 그 시기의 정치, 외교, 국방, 경제, 사회, 문화, 인물 등을 살피고자 한다. ​

이 책은 각 대통령의 인생과 시대 상황, 정치적 행보를 정리해주고 있는데, 이승만 정권부터 문재인 정권까지 한 권 안에 아우르고 있다. 방대한 분량이기는 하지만 핵심적인 내용 중심으로 기술되었기 때문인지 술술 읽힌다. 조선왕조실록과 마찬가지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 아닐까 싶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이하 임정)에서 이승만을 수반으로 삼은 것은 그의 재정, 외교 능력 발휘를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명성에 비해 실질적 능력은 없었고, 임의적으로 대통령 직함을 사용해 임정 내부의 지적을 받는다. 독립자금 확보를 위한 독립공채 발행건과 관련해서도, 공표일보다 2개월 빨리 독단적으로 발행, 임정의 반발을 산다. 임정 결속에도 실패, 자기주장 관철도 실패한 결과, 이승만은 임정에서 탄핵되고 박은식이 2대 임시 대통령이 된다.

이 책에서 이승만의 정치적 한계가 이미 임정 초대 임시 대통령 때 드러났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해방 이후 좌익과 우익 양쪽에서 이승만은 끌어들이고 싶은 인물이었고, 그는 점차 남한 안에서 자기 세력을 확장해간다.

한반도의 운명을 다른 나라들이 좌지우지했던 시기, 38도 이남에서는 2년 11개월 미군정 시대가 전개된다. 이 책을 통해 당시 조선인민공화국(이하 인공)을 공공의 적으로 삼은 한민당과 미군정, 그들에 의한 일본 경찰의 부활, 친일 세력의 지속, 신탁통치를 둘러싼 좌익과 우익의 대립, 이승만의 남한 단독정부 수립 주장의 배경 등 숨가쁜 해방 직후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이 되었지만 이승만은 친일 청산 의지가 없었다. 자신의 지지 세력인 한민당 내부에도 친일 인사가 다수였고, 자신의 권력 유지를 위해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해체시킨다. 이후 이 책은 정적 제거를 위한 국가보안법 적용, 일명 사법살인으로 조봉암 사형, 1960년 3.15부정선거, 4.19시민혁명으로 인한 이승만의 몰락을 다룬다.


이 책에서 1961년 5.16쿠데타의 전말을 확인할 수 있다. 박정희가 앞서 이승만의 발췌개헌 때와 3.15부정선거 직후에도 쿠데타를 모의했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박정희는 일본과 미국 자본을 이용해 경제를 일으키려고 했는데 주력은 두 가지였다. 일본과 국교정상화를 통해 보상금과 차관을 확보하기, 그리고 베트남전쟁에 참전해 미국에게 대가를 받아내기. 이 책을 통해 두 가지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필 수 있다.

1972년 10월 유신 선포는 영구 집권 음모였다. 박정희는 유신헌법 반대 성명서를 내놓은 김대중 암살을 지시하기도 했고, 저항 세력을 용공조작으로 몰아 최종길, 장준하 등을 죽게 만든다. 박정희는 경제성장만 이루면 독재나 탈법도 용인될 수 있다는 가치관을 보였다. 이 시대에도 사법살인이 있었으니, 인혁당 재건위 관련자 8명의 사형 집행이다.

박정희를 암살한 김재규에 대해, 이 책에서는 우발적 범죄설과 미국의 지령설을 언급한다.


"조폭통치" 전두환 시대, "고삐 풀린 과도기" 노태우 시대를 거쳐 1993년 2월 김영삼이 14대 대통령이 된다. 스스로 문민정부로 명명, 공직자 재산 공개 추진과 공직자윤리법 개정, 정경유착의 고리 끊기를 개혁 조치로 내세운다. 하나회 해체를 비롯한 군대개혁과 금융실명제 실시로 대표되는 경제개혁 조치도 이어진다. 당시 국민 지지율이 90%가 넘었다고 한다.

그러나 인기는 곧 추락하는데 연이은 대형 참사 때문이었다. 대형 참사 원인을 저자는 "30년 동안 지속되어온 관치 중심의 사회 관리 체계의 한계가 도덕적 해이와 결합해 총체적 부실로 이어진 결과"(363쪽)라고 논평한다.

"국가 차원의 성장통을 앓은" 이 시대, 기업들의 부도와 금융업체들의 부실에 이어, 1997년 국제통화기금에 구제금융을 요청하기에 이른다. 이 책에서는 이런 사태에 처한 원인을 서술하는 장을 따로 마련한다. 경제적인 타격과 별개로, 이 시기에는 역사와 문화가 대중화되어 개인이 그것을 즐기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1998년 2월 15대 대통령 김대중은 외채 상환을 첫 번째 과제로 삼는다. 국민의 정부로 명명, 국난 극복과 국민 화합, 북한에 대한 햇볕정책을 내세운다. 이 책은 햇볕정책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첨부한다. 우리나라는 2001년 8월 IMF를 조기 졸업하지만 소득 양극화가 심화됐다. 이 시대 인터넷 확장과 휴대전화, 한류의 시작과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진출, 출판시장의 흐름을 살필 수 있다. 게이트 공화국이 된 김대중 정부는, 북한의 NPT 탈퇴, 대북송금 사건으로 햇볕정책의 부정적인 여론에 봉착한다.


2003년 2월, 16대 대통령 노무현. 이 책에는 4대 개혁입법을 둘러싼 보수와 진보 사이의 논쟁, 신보수주의를 의미하는 '뉴라이트운동', 열린우리당의 몰락, 노무현 정부의 동북아 균형자론과 자주국방, 보수와 진보 양쪽에서 공격한 경제 정책 등을 다룬다.

양 진영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 시대 경제는 거시적으로 긍정적인 지표였다. 종합주가지수와 코스닥지수 모두 폭등, 무역지수 5년 연속 흑자, 연성수지는 연평균 132억 7천 달러, 수출 실적도 역대 정부 최고치, 1인당 국민소득도 역사상 최초 2만 달러를 넘었다. 다만 저자는 이 시대 한국 경제 규모가 저성장 국면 초입에 접어들었다고 덧붙인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이명박 시대를 "경제만 강조하다 사람의 길을 잃고 4대강에 빠져 허우적거리다 끝난 시대"라고 명명, 민주주의 성과를 탕진, 외교와 국방에서는 평화도 잃고 실리도 잃은 어리석은 선택이 반복되었다고 평가한다. 경제, 사회, 문화면에서도 부정적인 평가를 내린다. 이후 다른 시대와 마찬가지로, 가장 최근의 박근혜, 문재인 정부에 대한 주요 사건, 국무총리들을 정리하고 있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는 만큼 알게 된다는 말처럼, 독자들마다 이 책을 수용하는 넓이와 깊이는 다양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어가면서 저자의 통찰에 공감하는 한편, 더 확인하고 싶은 정보 혹은 대목도 있었다. 분명한 것은, 이 책이 해방 이후 미군정기부터 최근까지 우리 사회의 정치뿐 아니라 경제, 사회, 문화 등 전반을 포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책을 기본서로 삼아, 다른 참고서적으로 뻗어갈 수 있겠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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