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의 시계탑
니시노 아키히로 지음, 노경실 옮김 / 소미아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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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시노 아키히로의 그림책은 처음인데요, 제목과 책 소개에서 궁금증이 생겼고요, 노경실 동화 작가님의 번역이라서 더 읽고 싶었지요. 막상 책을 펼쳐보니, 페이지마다 영문 병기가 되어 있어 나중에 뽀야의 영어 공부 교재로 활용해도 좋겠구나 싶어요.


시계 바늘 두 개가 만나는 시간, 12시! 시계가 고장나지 않았다면 익숙하고 당연하게 맞이할 시간인데요, 이 그림책에서는 그렇지가 않아요. 언제부터인가 시계탑의 시간이 11시 59분에 멈추어 버렸으니까요. 어딘가 고장이 난 것은 아니랍니다. 그 사연 속으로!


처음부터 다정한 사이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요, 둘은 굉장히 친밀해져요. 틱톡과 니나 이야기입니다. 어느 날 둘은 시계탑 안에서 12시를 함께하기로 약속합니다. 그런데 갑작스러운 불새로 온 마을이 화염에 휩싸이지요. 모두 대피하는 가운데 니나가 보이지 않아요. 약속한 날짜에 니나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신기하게도 시계탑은 아직 12시가 되지 않았어요.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듯이.


이 그림책을 통해 니나의 특별한 에피소드를 만나볼 수 있고요, 어떤 서사 과정과 결말로 나아가는지도 확인해볼 수 있어요. 틱톡에게 깊이 감정 이입하면서요. 기존의 그림책들에 비해 글밥이 제법 있는 책이었는데요, 다 읽고 덮을 무렵 뽀야가 "너무 짧다. 더 있었으면!" 하는 거예요. 이야기 속에 흠뻑 젖어 있었나 봐요.


동명의 니나가 나오는 애니메이션 '이상한 나라의 폴'에서는 시간 자체가 멈추었다면, 이 그림책에서는 두 시계 바늘이 만나는 순간을 보류하지요. 틱톡과 니나가 서로 만나지 못하는 상황을 상징하거나, 그만큼 간절한 기다림, 붙들고 싶거나 되돌리고 싶은 시간을 의미하는 듯해요. 실제로 예상치 못한 천재지변과 불운으로 누군가와의 약속을 지킬 수 없다면, 우리의 바람은 단 하나뿐일 거예요. 아직 약속 시간은 오지 않았으니 곧 만날 것이라는 믿음이요.


11시 59분에 멈춘 시간, 약속한 12시를 맞기 전의 그 찰나가 이토록 깊은 의미를 담고 있을 줄 몰랐어요.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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