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와요! 지양어린이의 세계 명작 그림책 78
프랑수아즈 로지에 지음, 이성엽 옮김 / 지양어린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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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쌀쌀한 바람이 부는 계절이 왔다. 그래도 아직 가을이다. 그런데 미리 겨울 그림책을 찾아본다. 바로, 벨기에 작가의 그림책 <눈이 와요!>다. 글 없는 그림책에 가까울 만큼 글밥이 적다. 최소한의 글만 사용된 느낌이다. 그림이 굉장히 흥미롭고 효과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창문으로 눈 내리는 풍경을 본 아이는, 좋아하면서 밖으로 나가려고 한다. 빼꼼히 현관문을 연 상태인데, 그때 누군가의 말이 들려온다. 엄마일 수도 있고 아빠일 수도 있고, 아무튼 어른의 목소리로 짐작될 뿐이다.


"잠깐만! 따뜻하게 입어야지, 밖은 추워."


이 말을 시작으로, 계속해서 아이를 붙잡는 말들이 이어진다. 한겨울 아이들과 함께 외출을 해본 경험이 있는 어른들이라면,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말들이다. 아이는 그때마다 밖으로 나갈 채비를 하나씩 하는데, 아이 얼굴에는 귀찮고 싫다는 감정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빨리 나가야 되는데' 하는 표정이 그대로 읽힌다. 뭔가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는 머리 위에 헝클어진 실뭉치가 뜬다. 처음에는 작았던 뭉치가 점점 커지더니 그림책 한 면을 거의 차지할 정도에 이르기도 한다. 아이는 과연 현관문 밖으로 나갈 수 있을까. 어떤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까.


한 페이지씩 넘기면서, 그림책 속 아이의 표정과 행동을 유심히 보게 된다. 아이와 함께 발을 동동 구르는 기분도 들고, 난감한 표정이 되기도 하며, 어서 그림책의 맨끝을 넘겨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무엇보다 중의적 의미를 보여준 모자와 목도리가 인상적이었다.


'와, 모자로 어떻게 저런 상상을 하지? 목도리의 길이가 저 정도인 이유가 있었구나!'


감탄도 해본다. 전체적으로 보면 두 가지 색깔인 빨강과 파랑만으로 색감을 표현한 그림체도 독특하게 다가왔다. 오랜만에 그림이 재미있는 그림책을 보았다. 아이의 마음, 표정, 행동을 잘 살펴본 작가만이 그려낼 수 있는 그림인 듯해서 더 실감이 났다. 눈이 올 때만 한정된 이야기는 아니지 않을까. 간절히 기다리고 소망했던 무엇 혹은 누군가를 맞을 때 들뜬 기분, 차근차근 준비하는 과정, 마음만큼 몸이 안 따라주는 상태, 그러다가 예상치 못한 변수 등. 아무튼 기다림과 소망의 끝은 해피엔딩이기를!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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