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 만지는 인생
이근후 지음 / 인디북스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솔직히 제목은 내게 많이 다가오지 않았다. 연상되는 구절로 짐작할 때 전체를 알지 못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는데, 여든일곱의 저자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압축하되 더 명료한 제목이면 좋지 않았을까 싶었다. 그런데 초반 글을 읽다 보면, 아 그래서 제목이 이렇구나 수긍하게 된다. 저자는 자문한다. 과연 인생이란 무엇일까? 독자에게 일방적으로 깨달음과 지혜를 전달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오히려 함께 생각해보자고 권유하는 분위기다.


저자의 신간이라는 이유로 궁금해진 에세이다. 저자는 시력이 나빠져서 한쪽 눈은 안 보이고 다른 한쪽도 희미하단다. 그런 상태에서 주변의 도움을 받아 글이 완성된 것이고, 책은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기획되었다고 한다. 이제 저자의 말에 귀를 기울일 시간!


이 책은 크게 인생과 행복, 누림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총 51편의 소제목 도입부마다 해당 주제의 시 혹은 글귀가 인용되어 있다. 먼저 저자는 조심스럽게 인생을 여러 모양으로 정의해본다. 인생은 덤의 연속, 편도 여행, 소꿉놀이의 연속, 후회를 통해 참회로 이어지는 것, 나눔, 나그네 길, 선택의 연속, 일회적인 것, 가끔은 착각도 하게 되는 것, 찰나이기에 더욱 소중한 것, 진짜 황홀감을 얻어야 하는 것, 짧지만 행복을 자주 경험해야 하는 것, 복잡한 곱셈 체계 등이다.


저자는 인생을 돌아볼 때 자신이 준 것이 한 줌이라면 받은 것은 태산 같다고 말하면서도, 행복은 거저 받는 게 아니라 스스로 성취하는 것이라 말한다. 절대 공짜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말은 상황을 직시한 이후에 나올 수 있다면서, 저자는 일단 어려움 앞에서 최선을 다해보자고 말한다. 존경과 사랑을 다음과 같이 구분하면서 사랑 쪽을 택하겠다는 표현이 인상적이었다.


존경받으려면 흐트러짐이 없어야겠고, 사랑받으려면 흐트러짐이 있어야 한다.


그런가? 잠시 생각해본다. 이렇듯 이 책의 여러 표현 혹은 구절은 독자로 하여금 사유와 감상으로 이어지게 만든다. 머릿속 잡동사니가 귀찮거나 보잘것없는 게 아니라니! 잡초 같은 일도 재미의 요소라고? 질투의 화살은 결국 자신을 겨눈다는 진리에는 고개를 끄덕끄덕! 자신의 단점이 누군가 혹은 공동체와 충돌한다면 고치도록 애써야 한다는 관점은 어떠한가. 저자 생각에 공감하는 입장이다.


하해 같은 마음을 욕심 내지 말고 딱 1퍼센트만 더해보자! 이런 식으로, 저자는 슬픔을 더하지 않기 위해, 늙음을 우울해하지 않기 위한 지혜를 전해준다. 실패나 아쉬움, 치매, 장애와 병, 유한한 시간, 변화무쌍한 사회 등에도 불구하고 여생을 즐겁게 사는 비결도 알려준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경험과 동서고금의 지식, 유명인들의 일화도 수반된다.


인생, 행복에 이어 누림 편에서는, 저자의 구체적인 당부를 들어볼 차례다. 학생으로 살아라, 책을 즐기라, 논쟁에서 이기지 마라, 힘껏 여행하라 등 열일곱 편의 경험담 및 지혜를 독자의 마음판에 새겨볼 수 있다. 전체적으로 인생, 행복, 누림은 실상 인생을 행복하게 누리는 메시지로 종합될 수 있지 않을까.


연세가 지긋하신 분들의 에세이는 다른 연령대와 달리 그 자체로 무게감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그만큼 성숙과 지혜의 그릇도 커지는 것이라고 믿기에. 더구나 정신과 의사로서 환자를 진료하면서 후학을 양성하고, 정신건강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줄이기 위해 교육, 집필, 강연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해외의료봉사와 보육원 아이들 돌보기 등을 해온 이근후 선생님이 저자라면, 절대 놓칠 수 없는 에세이가 아닌가. 한쪽 눈의 실명, 곧 아흔을 앞둔 연세지만 저자의 글에서는 긍정성과 생동감이 느껴졌다. 지금 현재 인생의 행복을 누리는 사람의 평안과 여유일지 모르겠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