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간직하고픈 필사 시
백석 외 지음 / 북카라반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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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필사 시집을 만났다. <평생 간직하고픈 필사 시>다.


가을 분위기에 맞는 나뭇잎 바탕의 표지도, 한 페이지씩 펼칠 때마다 나오는 4도 인쇄된 그림들도 모두 좋다. 그림이 인쇄된 여백 부분에 필사를 해보라는 의도일 터인데, 아까워서 이곳에는 적지 못할 듯하다. 쓰다가 글씨를 틀리기라도 하면? 펜 자국이 번지기라도 하면? 아무튼 곱게곱게 넘겨보게 되는 필사 시집인 것만은 분명하다.


이 책에는 백석, 박인환, 김영랑, 김소월, 정지용, 한용운, 윤동주 시인들의 시가 총 83편 실려 있다. 책을 보다 보면, 서체가 다르게 설정된 것들이 눈에 띈다. 시에 따라 기존 서체와 다른 느낌의 서체를 담았다. 김소월 시인의 '못 잊어' 서체가 참 예쁘다. 윤동주 시인의 '태초의 아침', 정지용 시인의 '그의 반'과 동일한 서체인 듯하다. 김소월 시인의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는, 시의 내용과 서체 분위기, 그림까지 너무 잘 어우러져서 한참을 들여다봤다.


이 책은 필사 시집 본연의 구성으로 본문을 꾸몄고, 책 날개 부분을 활용해서 일곱 명 시인들의 약력을 간략히 담았다. 각 시인에 대해서는 그 부분을 참고할 수 있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외에는 생소했던 백석 시인의 시를 만나서 좋았고, 그중 '멧새 소리'에서는 처마 끝에 명태를 말리는 풍경이 그려진다. 시인은 꽁꽁 언 명태 꼬리에 고드름이 달린 모습을 자신에 빗댄다.


나도 길다랗고 파리한 명태다

문 턱에 꽁꽁 얼어서

가슴에 길다란 고드름이 달렸다 (32쪽)


너무 감상적이라고 생각했던 박인환 시인의 시들도 다시 보니 새롭게 다가오고, 학창 시절 국어 시간을 떠올리게 만드는 김영랑 시인의 시들은 소리 내어 읽으면 더 좋다. 시적 화자를 여성으로 설정한 김소월, 한용운 시인의 시들을 찬찬히 읽어보면서 동일하게 님을 향한 노래라고 해도 확연히 다른 결을 느껴본다. 윤동주 시인의 작품집을 따로 가지고 있지만 이 책에 엮인 시들을 그림과 함께 감상하니 또 느낌이 남다르다. '달같이'를 조용히 낭송해본다.


연륜이 자라듯이

달이 자라는 고요한 밤에

달같이 외로운 사람이

가슴 하나 뻐근히

연륜처럼 피어 나간다. (210쪽)


저녁 이후, 밤 시간이 되어 시집을 읽기 시작했기 때문일까. 정지용 시인의 시들 중에서 유난히 그리움, 외로움을 담은 시가 마음에 와닿았다. 그래서 색종이 한 장을 꺼내 몇 편을 볼펜으로 쓱쓱 써본다. 언젠가 번짐이 없는 색깔 펜으로 책의 빈 공간에 써볼 날이 오겠지만, 당분간은 별도의 종이에 필사를 하게 되지 않을까. 그냥 그럴 것 같은 예감이다. 수미상관으로 이 글을 마무리해본다.


예쁜 필사 시집을 만났다. <평생 간직하고픈 필사 시>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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