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시 - 푸른 별 지구를 노래한 30편의 시 나무의말 그림책 3
하비에르 루이스 타보아다 지음, 미렌 아시아인 로라 그림, 김정하 옮김 / 나무의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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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종종 동시를 읽는다. 이번에는 <지구의 시>를 통해, 지구를 노래하고 묘사한 시 그림책을 만나본다. 학창 시절 따분하게 다가왔던 지구과학 시간, 이 그림책에 나온 시 한 편이 소개되었다면 어떠했을까. 아마 눈을 반짝이며 흥미롭게 수업을 들었을 것이다. 세부적인 과목 구분 이전에, 온 세상이 전부 신기한 아이에게 지구를 감성적으로 접근한 그림책을 보여줄 수 있어서 정말 좋다.


돌고 도는 지구는 팽이 같지만 귤 같기도 하다.('지구는 팽이 같아') 이 시는 재미있는 비유로 끝나지 않는다. 지구의 자전과 공전에 대해 살짝 덧붙인다. 글작가는 '나침반 없이 동서남북 찾기'도 가르쳐주고, '지구를 여행한 사람들'인 마젤란과 윌리 포그를 소개하기도 한다. 대륙과 나라, 북극과 남극, 바람, 고원, 태양, 물, 곶과 만, 밀물과 썰물, 섬, 화산, 지진, 번개와 천둥, 사막을 다룬 시들도 만나볼 수 있다.


시를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지구과학을 공부하는 셈이다. 시의 내용을 고스란히 형상화하면서 편안하고 잔잔한 색감과 상상력을 더한 그림을 보는 즐거움도 덤이다. 네스호와 괴물, 별똥별과 공룡, 달과 아이를 노래한 시를 보면서, 스토리가 머릿속에 그려지기도 한다. 시적 언어보다 각성을 촉구하는 말들 위주의 시도 엿볼 수 있다. 그만큼 고래가 사라지는 현실은 다급하고('바다의 여왕, 고래') 지구를 구해야 하는 일은 모두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니까.('좋은 지구인이 되기 위한 노력')


지구뿐 아니라 작중화자를 팔레트로 비유하는 시('지구는 팔레트')는 색색의 아름다움을 노래해서 좋았고, 숲을 지구의 폐로 묘사하는 시('숲과 숨')는 당연하지만 자주 잊는 숲의 고마움을 일깨워주어 좋았다. 기묘하지만 사랑스러운 지구의 모습을 서로 이야기해볼 여지를 남기는 시('이상하고 아름다운 지구'), 불편함을 주지만 행복감도 안겨주는 일상의 시('시끄러움과 고요')도 인상적이었다. 우리의 시각을 새롭게 해주는 시 두 편('우리가 보아야 할 것', '다른 세상')은 내게 여운을 주었다.


생각보다 가까이에

수많은 아름다움이 있어요.

아름다움이 우리를 초대해요.


코스모스 한들한들한 들판

희끗희끗 나란히 줄 서 있는 자작나무

해질 무렵 파도가 부서지는 모습.


굽이굽이 강이 흘러가는 풍경

동 틀 때 눈부신 햇살

신발 아래로 뽀드득 밟히는 눈.


-'우리가 보아야 할 것' 일부


시 속에서 만난 아름다운 지구는, 바로 내가 소중한 사람들과 발을 딛고 선 곳이다. 한때는 무심하게 대했던 그 대상이 요즘에는 부쩍 고맙고 안타깝다. 글작가가 지구를 시로 담아낸 의도는 무엇일까. 어쩌면, 독자에게 시인의 눈과 마음으로 지구를 바라봐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눈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모습을 놓치지 말라고. 그 모습을 우리 함께 지켜가자고.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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