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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어버리는 날 ㅣ 물구나무 세상보기
사라 룬드베리 지음, 이유진 옮김 / 어린이작가정신 / 2022년 9월
평점 :
스웨덴 그림책이다. <여름의 잠수>를 인상 깊게 읽었는데, 그 책의 그림작가가 이번에는 글 작업도 함께했다. 이번 신간은 제목부터 공감이 많이 되더니, 내용도 역시 그랬다.
엄마가 토요일 아침 잠을 깨운다. 노아는 별로 가고 싶지 않은, 반 아이 알마의 생일 파티에 가야 했다. 엄마와 함께 옷가게에 들어갔다가 재킷을 두고 나오고, 잃어버린 옷을 찾아 되돌아간다. 장난감 가게에서 알마 선물을 고른 다음, 나와서 버스를 타고 가던 중, 모자가 없어져서 그것을 찾으러 다시 길을 거슬러 간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알마의 집앞, 선물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후 엄마와 노아 앞에 펼쳐진 이야기는 무엇일까.
무엇인가 깜박 잊어버린 일, 물건을 잃어버린 기억이 꽤 많이 떠올랐다. 왜 그렇게 서둘렀을까. 무엇이 그리 정신없었을까. 몸과 마음이 분주할 때 혹은 복잡할 때, 당연하고 소중한 것을 잊거나, 일상의 흔적과 추억의 자취를 잃어버리고 만다. 돌아보면 그랬다. 지금도 자주 그런다.
이 그림책으로, 두 가지를 상기해본다. 엄마는 노아에게 말했다. 선물을 어딘가에 놓고 왔을 때나 하루종일 잊어버리는 날을 이야기할 때, "잊어버리자."라고. 이렇듯 정말 잊어야 할 것은, 실수나 한심했던 자신의 모습일지 모른다. 또한 잊어버리는 날, 그 다음에 할 일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라는 사실! 내 안에 가득한 뭔가를 정돈하거나 비우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할 듯하다.
노아가 버스에 두고 내린 알마의 선물은 누구의 차지가 되었는지, 그림책 말미에서 확인해볼 수 있다. 이 그림책을 보면서 소망했다. 너무 자주 하루를 '잊어버리는 날'로 만들고 싶지 않다고. 최근에 지나간 날들의 기록, 메모를 보면서, 새삼 느꼈다. 부정적인 감정, 에피소드는 참 오래 기억되는구나 하고. 요즘 내게는, 잊어야 할 것과 기억해야 할 것의 분별과 지혜가 절실해 보인다.
노아 친구의 생일 선물까지 챙기느라 엄마가 정신없구나!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은 그랬다. 그러다가 그 엄마의 모습에서 나를 보고, 잊어버리거나 잃어버린 것들을 하나씩 소환해보는 시간! <잊어버리는 날>이 주는 감상이었다. 함께 본 아이는, 특히 만화식 외전 같은 끝부분이 재미있었나 보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