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드리드 산책 - 예술의 정원
강명재 지음 / 일파소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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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문학강의를 들은 적이 있었다. 그전까지 관심 밖이었던 나라 스페인이 궁금해져서 스페인어를 배우기 위해 학원 등록을 하기도 했었다. 그 나라 수도명을 내세우면서 예술서의 성격을 가진 책이라니, 어떤 책일까 호기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예술의 정원 마드리드 산책>의 저자는, 직장의 해외주재원으로서 3년 6개월간 마드리드에서 생활하면서 경험한 예술 감상을 이 책 속에 담았다. 프롤로그를 보면 "놀라운 보물을 간직한 화수분" 같은 마드리드의 매력을 전달하고 싶은 저자의 간절함이 읽힌다. 도대체 어떤 곳이길래? 저자를 따라 책을 통해 예술기행을 떠나보기로 한다.


첫 여정은 프라도 미술관이다. 저자는 이 미술관의 평판부터 자신이 생각하는 장점을 열거하는데, '종교화'가 풍부하다는 대목이 인상적이었다. 유럽여행에서 성당과 종교화를 건너뛴다는 사람들이 있지만, 저자에 따르면 종교화야말로 예술가들의 재능이 가장 화려하게 돋보인 고전미술의 정점이고, 성경을 비롯한 가톨릭 성인들의 이야기를 알고 나서 감상한다면 감동과 재미를 극대화할 수 있다. 저자는 미술관의 내부 구조와 구역별 특징을 자세히 소개하는데, 실제 방문자에게 유용한 정보가 될 듯하다.


고전회화를 어떻게 하면 즐겁게 감상할 수 있을까. 저자는 미술 감상은 철저히 지적인 활동이라는 전제하에 예술 전문가 못지않은 식견을 펼친다. 플랑드르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판 데르 베이던부터 스페인 고전회화의 마지막 대가로 일컫는 고야, 그 후 고전회화의 명맥을 유지한 프란시스코 프라디야까지 시대별로 아우른다. 특히 프라도에서 많은 사람들을 몰리게 만드는 그림이라는 <시녀들>, <쾌락의 정원>, 프라도가 소장하고 있는 틴토레토의 걸작 중 하나인 <세족식>에 대한 저자의 감상글을 흥미롭게 읽었다.


다음 여정은 다른 미술관들이다. 프라도 미술관 내 소장품이 왕실 취향이 반영되어 미술사 전체를 포괄하지 못한다면, 티센 미술관은 서양 미술의 카달로그 같은 장소로 명명한다. 14세기 고딕부터 20세기 모더니즘까지, 유럽 각국을 포함한 미국 작품을 갖춘 곳이다. 저자는 이곳이 소장한 여러 그림들을 소개하는데, 존 앳킨스 그림쇼의 <달밤>의 경우, 드뷔시의 달빛보다 베토벤의 월광이 어울리는 신비한 풍경이라는 감상을 덧붙이고, 에리히 헤켈의 <벽돌공장>에 사용한 '임파스토'(물감을 두껍게 칠하는 회화기법)로 반 고흐의 그림을 연상시켜 서술한다. 티센 미술관을 나오면 기타리스트 세고비아의 초상화를 소장한 왕립예술원, 회화와 조각뿐 아니라 장식예술품도 전시된 라사로 갈디아노 미술관, 수많은 해변 그림이 있는 소로야 미술관을 둘러볼 수 있다.


책의 비중으로 보면, 저자는 확실히 미술관 산책을 선호하는 듯한데, 다음 목적지는 음악을 향유할 수 있는 곳이다. 저자는 클래식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국립 콘서트홀, 왕궁에서 무료로 제공되는 왕실 콘서트, 세계 최고 수준의 오페라 극장인 왕립극장, 유럽 10대 재즈 클럽으로 손꼽히는 카페 센트랄 등을 소개한다. 음악 감상의 시간이 끝나면 궁전과 성당을 둘러볼 차례다. 저자는 유럽에서 단 하나의 궁전을 본다면 바로 레알 궁전이라고 말한다. 그곳에서 천장에 화려한 샹들리에가 걸려 있는 만찬장, 다섯 대의 스트라비바리우스를 직접 보고 싶다. 저자가 소개하는 그랑하 궁전 내 정원도 들어가보고 싶은데, 그곳에 21개의 분수와 수십 개의 야외 조각이 있어서다. 숨겨진 보석 같은 곳으로 소개된 산 안토니오 데 로스 알레마네스 성당 안에는 그림들 외에도 알론소 카노의 조각품 <외로움의 성모>도 만날 수 있다.


궁전과 성당을 둘러본 후, 두 산책 코스를 거닐 수 있다. 아름다운 자연과 예술을 품은 프라도 산책로, 근대 건축의 다양한 양식을 감상할 수 있는 왕국부터 국회까지의 산책로다. 산책길에 음식이 빠질 수 없는 법! 이 책 속에는 마드리드 안의 여러 식당을 소개하고 각종 메뉴를 사진 자료와 함께 보여준다. 이 책을 읽은 독자라면 누구나 해외여행 희망 리스트에 '마드리드'를 추가하게 되지 않을까. 마드리드가 얼마나 멋진 예술 도시인지 궁금하다면, 이 책이 확실한 안내서가 될 것이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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