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범이 말했다 - 2021 볼로냐 라가치상 코믹스 영어덜트 부문 대상 수상작 스토리잉크 1
제레미 모로 지음, 이나무 옮김 / 웅진주니어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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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볼로냐 라가치상 수상작인 그래픽노블이다. 표범이 죽은 물소를 두고 동물 무리 앞에서 삶과 죽음에 대한 일장연설을 한다는 대략의 줄거리에, 잠시 읽을까 말까 머뭇거렸다. <표범이 말했다> 표지만 보고 아이와 함께 재미있게 볼 책인가 싶었는데, 기대했던 흥미의 요소는 없을 듯하여. 결과적으로 이번 독서는, 아이에게는 지금까지 봤던 동물 이야기와 다른 차원의 그림들을 보여준 계기가 됐고, 내게는 생각의 여지를 많이 열어준 시간이었다.

점점 다가오는 혜성을 피해 섬을 혼자 힘으로 옮기던 물소. 그의 말을 진지하게 들어준 대상은 얄궂게도 본능에 따라 자신을 물었던 코모도왕도마뱀이었다. 독이 퍼져 죽어가는 물소의 최후를 지켜본 이도, 그를 땅속에 묻어준 이도 도마뱀이었으니, 물소에게 그는 어떤 존재일까. 물소의 강한 신념, 그에 따른 우직한 행동이 마음에 많이 와닿는 이야기였다.

이 책에는 다른 여러 편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스스로 못생겼다고 여기면서 누군가의 사랑과 인정만 갈구하던 타조가 더 이상 다른 목소리에 신경 쓰지 않게 된다는 내용이 있다. 타조의 다음 말에, 함께 응원하는 마음이 든다.

"오늘은 내 말을 듣기로 했어요. 그리고 내가 원하는 속도로 갈 거예요."(28쪽)

찌르레기 무리에서 이탈해 다른 길을 찾고 싶은 투르노 이야기도 있다. 투르노는 자신처럼 먼 길을 떠나는 행렬을 만나게 되는데, 독립적인 새들을 등에 태운 코뿔소의 다음 말이 의미 있게 다가왔다.

"우리와 함께, 다 같이 노래하자. 세상을 다시 작곡해보자."(51쪽)

할아버지 코끼리와 함께 길을 나서던 작은 코끼리 메모 이야기에서, 서로 기억을 공유하고, 우리 모두 연결돼 있으며, 모든 것은 지나간 흔적을 남긴다는 맥락을 읽어낼 수 있다. 또한 멋진 집을 찾아헤매다 자개 감옥 같은 곳에 안주하게 된 소라게는 결국 다시 길을 떠나게 되는데...

이 책의 마지막 이야기는 수미상관처럼 첫 이야기와 연결된다. 중간의 이야기는 옴니버스 형식처럼 다른 편의 동물들이 스치듯 등장하는 역할을 맡는다. 끝부분에서는 앞서 나온 모든 동물들이 한곳에 모였다. 드디어 정글의 위대한 현자인 표범이 말했다. 책의 한 페이지를 꽉 채운 그의 말, 삶과 죽음에 관한 내용을 찬찬히 읽어본다. 엄마의 권유이기는 했지만 아픈 엄마를 두고 표범의 말을 들으러 간 원숭이 호모가 맞닥뜨린 현실, 그의 슬픈 울부짖음이 소리로 생생히 전해지는 느낌이다.

이야기마다 단편적으로 나다움, 나만의 길, 역사, 계속되는 여정 등, 결국에는 전체적인 맥락으로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할 여지를 안겨주는 그래픽노블이었다. 아이에게 인생을 고스란히 대변하는 동물 이야기가 어떻게 다가갈지 궁금하다. 딱 지금 받아들인 만큼만 생각하고 느꼈다면 됐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보는 이에 따라, 이 책은 더 깊게, 더 넓게 수용될 것이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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