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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들의 산책 ㅣ 웅진 세계그림책 224
닉 블랜드 지음, 홍연미 옮김 / 웅진주니어 / 2022년 6월
평점 :
얼마전 서울대공원 동물원에 갔을 때 돌고래가 있던 곳이 다른 곳으로 바뀐 것을 알았다. 이전에는 진짜 돌고래가 멋진 동작을 보여주는 장소였다면, 언제부터인가 돌고래 영상과 바다 오염의 실태를 알리는 학습장이 된 것이다. 영상 속에는 돌고래가 바다로 돌아간 과정을 그리고 있었다.
그래, 돌고래는 작은 공간에서 사람들의 박수를 받는 존재가 아니라 넓은 바다에서 다른 가족, 친구들과 함께 자유로워야 할 존재지.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는 바다로 돌아간 고래 영상 대신, 아이와 그림책을 본다. 바다를 떠난 고래에 대한 이야기다. 무슨 사연일까?
고래들이 바다에서 걸어나온다는 발상이 재미있다. 사람들의 반응은 다양하다. 고래가 생선을 잔뜩 사기 때문에, 생선 가게 주인은 고래가 반갑다. 수영장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고래 때문에, 수영하러 온 사람들의 기분은 별로다. 자전거 대여소의 점원은 손이 바쁘다. 커다란 고래가 자전거를 타고 다녀서 바퀴에 공기 채울 일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고래는 기차 안에서 노래를 부르거나 발레 공연에 참여하기도 한다. 그런데 점점 고래와 함께 지내는 사람들은 불편해진다.
늘어나는 쓰레기, 퍽퍽 갈라지는 도로, 생선 요리가 바닥난 식당뿐 아니라, 고래 먹이인 플랑크톤을 키우느라 곡식을 가꾸어야 할 밭은 물로 채워진 상태다. 급기야 "고래들은 돌아가라"는 피켓 시위까지 벌어지게 되는데...
바다에서는 살 수 없기에 땅 위로 올라온 것일 텐데, 과연 고래들은 어디서 살아야 할까? 다시 바다로 돌아갈 수 있을까? 이런 의문을 가지고 그림책의 후반부 이야기에 주목해볼 수 있다.
어쩌면 우리에게는 고래의 사연을 들어주는 아이 프리다의 마음이 필요할지 모른다. 플라스틱을 비롯한 각종 쓰레기로 오염된 바다에 대한 정보 자체보다, 그곳에서 살고 있는 수많은 바다 생물들에 대한 공감 말이다. 고래가 오죽하면 바다를 떠나 땅에서 살기로 했을까? 이 그림책은 그런 발상에서 시작된 듯하다. 고래의 심정을 헤아릴 뿐 아니라, 일상 속에서 깨끗한 바다를 위해 실천할 일들을 떠올리게 되는 책이었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