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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의 변신 ㅣ 푸른 동시놀이터 12
박금숙 지음, 안예리 그림 / 푸른책들 / 2022년 6월
평점 :
오랜만에 아이에게 동시를 읽어줍니다. 동요를 들려주듯이 아기 때 동시를 읽어주곤 했었거든요. 어느 순간부터 그림책 위주로 아이 책을 고르고 있지만, 운문의 리듬감과 조탁된 언어가 매력적인 시를 앞으로는 자주 읽어줘야지 싶네요. 오밀조밀한 그림체와 제목이 눈에 띈 동시집 <강아지의 변신>을 소개합니다.
이 동시집은 총 43편의 동시를 담고 있어요. 등단 9년 만에, 환갑을 맞는 해에 첫 동시집을 낸 박금숙 시인의 작품이에요. '시인의 말'에서, 세상에 태어나기 전 하늘나라 꼬마들의 골목대장이었다는 자기 소개가 재미있게 다가왔어요.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당부가 고스란히 담긴 글도 마음에 와닿았고요. 시인이 점잖은 척 쓰고 있던 어른 가면을 벗고 아이의 마음으로 써내려간 시들은, 그림작가의 아기자기한 그림들과 잘 어우러져 있어요.
오이도의 빨간 등대가 그려진 '지하철 4호선'에서는 큼큼 바다 냄새가 나고요, 옥토넛을 연상케 하는 바다 경비대가 등장하는 '별똥별을 찾아라'에서는 불가사리라고 우기면서 성게와 말미잘과 노는 별똥별을 보게 됩니다. 햇볕 오븐에 구워 봉긋해진 '봄꽃', '옥수수 껍질을 벗기며' 온몸 전체가 이빨이라 쑥스러운 옥수수 할아버지를 만나기도 해요.
이처럼 재미있는 발상을 다룬 동시뿐 아니라 여러 생각거리와 감정을 안겨주는 동시도 있어요. 놀이터에서 놀자고 만난 친구와 각자 스마트폰으로 게임만 하다 헤어진 상황, 길바닥에 뱉은 검은 양심을 상징하는 껌딱지, 저 멀리 날아가겠다고 도망친 검정 비닐봉지, 단원고 교실 책상 위에 놓인 한 송이 국화로만 웃는 언니에 대한 그리움 등을 담고 있지요.
강아지 크림이, 형, 엄마, 아빠,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일상을 엿보는 동시도 있고요, 계절마다 바뀌는 자연의 변화, 특히 '벚꽃의 웃음소리'를 의성어로만 표현한 동시도 있습니다. 제목과 동일한 '강아지의 변신'은 좋아하는 말은 잘 알아들으면서 싫어하는 말에는 도망가는 강아지 모습을 재미있게 표현했어요.
이 동시집을 통해 주변 사물에 대한 참신한 상상, 가족들의 일상에 대한 새로운 관점, 자연과 환경, 잃어버린 가치, 함께 애도할 일 등에 대한 마음 확장을 해볼 수 있습니다. '시어'라는 구슬들이 모이고 엮여 예쁜 목걸이가 된 동시집 <강아지의 변신>을 온 가족이 함께 낭독해봐도 좋겠네요.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