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좋아지는 책
워리 라인스 지음, 최지원 옮김 / 허밍버드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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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난 소감부터 말한다면, 기분이 가벼워졌다고 할까. 솔직히 이렇게 막연하고 모호한 제목에 끌리지는 않았다. '설마, 이 책 한 권 읽는다고 며칠 동안 계속 가라앉은 기분이 나아지겠어?' 하는 의심도 있었다. 그런데 표지가 주는 이미지, 묘하게 끌리는 단순함에, 당장 읽고 싶었다. 평범한 것 같은데 특별하고, 술술 쓰고 그린 것 같은데 뭔가 작정하고 담은 페이지 같은 느낌. 이 책이 내게 전해주는 분위기가 그랬다. 일단 재미있다. 그리고 제목 그대로 기분이 좋아졌다. 성별, 인종, 나이가 베일에 싸여 있다는 작가 워리 라인스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질 정도다. 적어도, 이 책에서 느낀 바로는 굉장히 솔직하고 마음이 섬세하며 따뜻한 사람 같다. 그나저나 이 책을 어떻게 소개한담?


표지에 나오는 하얀 사람이 작가 워리 라인스다. 책 속에는 노란 사람 희망이, 파란 사람 걱정이가 등장한다. 작가가 걱정이와 티격태격하는 대화로 시작하는데, 걱정이는 그림책을 출간하게 된 작가의 마음에 불안을 심어주는 방해꾼이다. 그런데 저자가 걱정이에게 끌려다니지는 않고 오히려 걱정이를 보조 작가로 채용해서 이 책을 이끌고 가는 모양새다. 그래서인지 걱정이는 희망이보다 더 비중 있게 나오는 캐릭터다.


작가가 이 책의 독자층으로 설정한 대상들을 하나씩 살펴보면서, 나에게 해당되는 항목은 뭔가 생각해보기도 한다. 유난히 예민하고 민감한 사람인가? 사소한 말도 가볍게 못 넘기고 깊이 고민하는 사람인가? 책을 사랑하는 독서가도 맞는 듯하고, 요즘의 나를 보면 마음이 늘 무거운 사람도 맞는 것 같고... 그렇게 잠깐 나를 돌아보는 시간도 가져본다.


이 책은 생각, 감정, 걱정, 공감, 사랑, 희망에 관한 그림과 짧은 글로 구성되어 있다. 머릿속 생각의 과부하 상태를 그림으로 잘 보여준다. 차고 넘치는 머릿속 쓸데없는 생각, 부정적이고 힘 빠지게 만드는 혼잣말을 책 속 그림처럼 어딘가에 쏟아내면 좋겠다. 감정의 먹구름이 찾아올 때는 작가의 꿀팁을 챙겨본다. 산더미처럼 쌓인 일에 지레 숨이 막힌다면 조각조각 작게 나눠볼 것. 걱정거리에 대응하는 '네 가지 선택지' 중 특이한 항목이 있을 줄은 몰랐다. (싸운다/ 도망친다/ 얼어붙는다/ 지랄발광한다) 공감에 관한 글들은 익숙한 문구지만 그림과 어우러져 편안한 위로를 전해준다. 그중 '나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이렇다.


어려운 상황인데도

이만하면 너는 진짜

아주아주 훌륭하게

잘해나가고 있는 거야!(138쪽)


사랑에 관한 그림들은 평범한 하트 모양을 아주 특별하게 만들어준다. 가령 '어떤 사랑 이야기'를 소개하면, 한 사람이 깨어진 하트를 들고 있다. 그것을 통에 버린다. 거기에 눈물을 쏟는다. 그러자 거기서 하트 열매가 주렁주렁 맺혔다. '희망'에 대한 정의는 "살기 위해 붙잡는 것"(182쪽)이다. 결국 걱정이와 희망이가 작가와 함께 이 책을 완성했다. 내 안의 걱정도 무조건 몰아낼 궁리를 하기보다 희망이와 어울려 춤추게 하자. 희망이가 걱정이를 감싸 안도록 하자. 스스로 이런 다짐을 해보게 만들어준 고마운 책이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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