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을 파는 데 열중하느라 정글에 이르게 된 두더지는, 낯선 주변을 탐색합니다. 홍학, 하마, 말코손바닥사슴, 뱀, 고릴라, 악어와 악어새 등을 보면서, 자기 나름대로 생각하고 단정짓게 되지요. 각자 이러저러한 이유로 자신에게 관심이 없다면서요. 그냥 돌아갈까 싶었지만 이왕 왔으니 혼자 재미있게 놀기로 하는데요, 폭우 때문에 위기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다른 동물들 모두 비를 피해 달아나기에 바쁩니다. 두려움에 사로잡힌 두더지는 끝없이 거친 물살에 휩쓸려 갈 뿐이에요. 생명이 위태로운 두더지 앞에, 상상만으로도 공포스러웠던 괴물까지 나타났어요. 두더지는 어쩌면 좋지요?
그림책의 페이지를 넘겨가면서, 자연스럽게 두더지의 감정을 따라가게 됩니다. 잘 알지도 못하는 곳에 도착했을 때, 아무도 자신에게 눈길을 보내거나 먼저 말을 걸지 않을 때, 위급한 상황에서 도움을 요청해도 도와주는 이들이 없을 때, 두더지가 심리적인 불안에 더해 온몸으로 느낀 무서움이 고스란히 전해져 와요.
정말 다행이에요. 괴물의 반전과 평화로운 결말이 이어지니까요. 과연 두더지에게 어떤 일이 일어난 것인지, 두더지가 어떻게 목숨을 구할 수 있었는지, 이 그림책을 통해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아이들과 이야기 나눌 부분이 많기도 하고, 함께 읽는 어른들도 생각해볼 여지가 많은 그림책입니다. 특히 유아기 아이들에게는, 밖에서 절대 혼자 있으면 안 된다는 교훈도 일러줄 수 있겠어요. 개인적으로는, 두더지의 모습을 보면서 이런 질문들을 해보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