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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디바이드 시대가 온다 - 팬데믹 이후, 한국사회의 지역·디지털·기업을 양극단으로 가르는 K자형 곡선의 경고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지음 / 월요일의꿈 / 2022년 4월
평점 :
코로나가 일상이 되어버린 시대, 이제는 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씁쓸하게 혹은 담담하게 코로나 이후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에 대해 조망해보는 시간과 마주한 현실! 솔직히 그런 현실, 나아가 미래를 담아낸 책을 애써 찾아보고 싶지는 않았다. 지레 느끼는 피로감 탓이리라. 그런데 이 책 제목과 대략의 소개를 보니 궁금해졌다. 한국사회의 지역, 디지털, 기업을 양극단으로 가르는 시대, 국가와 개인, 기업이 할 일에 대한 전망을 어떻게 담고 있을지.
집필진은 정책 싱크탱크인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소속 연구원들, 그리고 SF 작가, 일러스트 작가 등이다. 집필진에서 짐작하듯이, 흥미롭게도 이 책 속에는 지역, 디지털, 기업에 대한 양극화 시나리오가 각각 유토피아 편, 디스토피아 편으로 구분, 수록되어 있다. '코로나 디바이드'란 장기간의 코로나19 상황이 사회 전반에 촉발시킨 극심한 양극화 현상을 말한다. 이 와중에 도약한 집단과 심각한 타격을 입은 집단 간의 격차가 벌어졌는데, 특히 분포상 중간 부분의 축소를 강조하는 개념이다. 본문 내용에서는 통계 및 수치에 대한 여러 자료도 확인해볼 수 있다.
디지털 격차라는 말이 갑자기 나온 것은 아니다. 기존에는 디지털 기술에 접근할 수 있는 여부를 기준 삼았다면, 오늘날에는 그 기준이 디지털 기기의 소유와 활용 능력, 주체적인 정보 수용 능력에 따라 세분화되고 있다. 앞으로는 디지털 격차라고 할 때, 단순히 기기의 소유 여부가 아니라 활용과 개발 역량에 방점을 두게 될 것이다. 이 책에서는 디지털 격차를 '디지털 활용 경험의 축적으로 발생하는 역량의 차이'로 정의한다. 저자들은 '키오스크'를 비롯한, 디지털 양극화에 대한 키워드로 다섯 가지 주제를 뽑아냈다. 일상생활, 이동, 안전, 경제활동, 사회문제 해결에 따른 디지털의 영향력뿐 아니라 디지털 기술이 가져올 미래상도 살펴볼 수 있다.
지역 양극화 역시 코로나 이전부터 있어왔는데, 실제로 공급과 소비의 온라인화가 지역 격차를 가속화시켰다. 연구원들이 관련 키워드 분석 결과 추려낸 핵심은, 일자리, 생산, 교육, 문화, 의료 분야다. 그중 문화의 경우는 다른 분야와 달리 양극화보다는 격차 해소 쪽이 더 가깝지 않을까 싶다. 저자들이 랜선 공연 및 축제가 수도권 중심의 문화를 분산시키는 효과를 가져오고 OTT가 문화생활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된 사례를 들기 때문이다.
기업 양극화의 경우 기업의 성과와 일자리 측면에서, 매출액부터 상대적 빈곤율에 이르는 여러 지표를 잣대 삼는다. 앞으로 비대면 라이프스타일이 하나의 생활 방식이 되고 가상현실상의 엔터테인먼트가 결합할 때 대면과 관광 산업의 타격은 커질 전망이다. 실제로 여러 방식의 무인화가 진행 중이고 언택트 문화는 디지털 전환을 더욱 촉진할 것이다. 고용주의 필요에 따라 단기 계약으로 일하는 임시직을 이르는 '긱 워커'의 증가와 그에 따른 공유 플랫폼들의 등장도 중요한 변화 중 하나다.
실상 우리의 현실 속에서, 비대면과 무인화를 쉽게 체감할 수 있다. 그래서 독자들이 볼 때, 앞선 내용들이 그리 새로운 정보로 다가오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디지털, 지역, 기업이라는 측면에서 양극화의 실태를 일목요연하게 파악해볼 수 있다는 점이 유용하다. 이 책의 장점이자 특징은 '양극화 종합 전망'을 내놓았다는 것이다. 중단 없는 성장 미래, 붕괴 미래, 보존 미래, 변형 미래의 양극화 전망 및 방법론을 꽤 상세하게 정리해놓았다. 또한 종합 정책 대안도 덧붙였다.
이 책은 사회과학 논문과 같은 성격의 글이다. 2021년 진행한 미래 연구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양극화 전망'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이라고 한다. 연구자 혹은 정책 입안자들의 공유물이 아님은 분명하다. 익숙한 용어와 현실이 고스란히 반영된 내용이라 더욱 쉽게 읽히는 편이다. 코로나로 인해 변해버린 세상, 앞으로 어떻게 달라질까. 그게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면 유용할 것이고, 특히 양극화 전망과 정책 대안을 함께 고심해보는 시간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할 듯하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