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누구니 - 젓가락의 문화유전자 한국인 이야기
이어령 지음 / 파람북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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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 선생님의 유작이라 무조건 읽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생전 인터뷰나 몇몇 저서를 보면서 느낀 점은, 선생님의 사유는 무한대 같다는 것이었지요. 동서양 문명을 아우르고 과거와 현재, 미래를 횡단하는 이야기, 브레인스토밍이 고스란히 활자로 옮겨진 듯한 책에서, 단순히 지식의 보고 차원을 넘어 독자에게 인사이트를 주는 내용에 감탄하게 됩니다. 요즘 좀비영화가 많은데 지금 내 모습이 딱 좀비 같지, 병실에서 이런 식의 농담도 건네셨다지요. 입가로는 웃으면서 눈물이 고일 말 같아요.


젓가락으로 한국인 이야기를 풀어낸 책이라니, 그 내용이 궁금했어요. 서두 꼬부랑 할머니와 차례 꼬부랑 열두 고개부터 흥미롭더니, 읽어나갈수록 더욱 재미있는 책입니다. 점 잇기 놀이처럼 한 점을 시작으로 계속 뻗어가는 이야기라서 서평 혹은 독서일지를 정리하기란 참 난감하기도 하지요. 누군가 이 책의 내용을 물어본다면, 선생님이 풀어내는 젓가락의 의미를 독자 나름대로 압축한 글을 여러 편 읽기보다 이 책 한 권을 꼭 읽어보라고 권하겠어요.


한국이 젓가락과 숟가락을 함께 짝을 이뤄서 쓰는 유일한 민족이라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그래서 나온 단어가 '수저'고요, 소위 수저계급론에서 젓가락 얘기는 쏙 빠져 있다는 데 의문을 가져보신 적이 있나요? 침팬지 등의 영장류가 포크 나이프는 따라해도 젓가락질은 못하는 현상을 눈여겨본 적은요? 저자는 우리의 문화유전자 젓가락이 새로운 한국인 및 한국 문화로 창조되는 비전을 품습니다.


저자는 서양 문화와의 차이뿐 아니라 한중일 3국의 젓가락 문화를 비교해서 서술합니다. 그중 소리 나는 쇠젓가락을 가진 유일한 민족인 한국! 젓가락을 두드려 노래 가락을 만들고 나아가 마음을 움직이는 신 가락을 만드는 곳이지요. 저자는 그런 젓가락의 시초를 모든 음식이 한입에 들어가도록 요리하려는 배려, 인정이라고 봤어요. 여기서 짝의 문화, 인터페이스, 느림과 참음, 평화의 문화로 이어지는데, 개인적으로 젓가락을 주역과 연결짓는 관점이 새로웠어요.


젓가락 하나로 풍성한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내는 힘이 무엇일지 생각해봅니다. 동서양을 망라하는 저자의 지적 인프라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한국인, 한국 문화에 대한 저자의 오랜 고찰과 사유, 애정이 밑바탕에 깔린 덕분이겠지요. 2015년 11월 11일 한중일 3국 공동으로 젓가락의 날이 청주에서 선포되었다네요. 이런 소식을 이 책으로 알게 되다니, 저도 젓가락에 참 무심했군요. 이제라도 관심을 가지고 그 귀중한 문화유전자를 계승하는 방법을 모색해보려고 해요. 일단 아이 손에 포크 대신 젓가락을 자주 들려주는 것부터!


이 책으로 시공간을 뛰어넘는 문화탐방 시간을 가지고, 젓가락에 주목한 한국인 이야기를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한국 문화를 더 깊이 이해하도록 이끌어주는 이 책 말미에 저자의 인터뷰도 실려 있으니, '호모 나랑스'(이야기하는 인간)의 대표 이야기꾼도 만나보세요!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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