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네 마리 늑대 - 생태계를 복원한 자연의 마법사들
캐서린 바르 지음, 제니 데스몬드 그림, 김미선 옮김 / 상수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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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한 편의 자연 다큐멘터리를 본 느낌이에요. <열네 마리 늑대> 그림책을 본 소감입니다. 상세한 내용에 비해 책의 분량은 많지 않으나 글자 크기가 작고 글밥이 꽤 많은 편입니다. 그래도 장엄하면서 화려하게 펼쳐진 그림체 덕분에, 더욱 글 속에 빠져들게 됩니다.

이 책은 생태계에서 포식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늑대 무리를 통해 보여줍니다. 의인화된 늑대가 나오는 동화는 아니고요, 실화를 바탕으로 이야기가 펼쳐져요.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늑대들이 그 주인공입니다. 이곳은 1872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국립공원이 된 이래로 해마다 전 세계에서 4백만 명의 사람들이 찾는 곳이랍니다. 현재 수천 가지 다양한 야생동물의 보금자리인 이곳이 한때는 황무지로 변했던 때가 있었다고 해요. 바로 늑대가 사라지고 나서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사냥꾼들로 인해 늑대의 울음소리조차 들리지 않게 된 옐로스톤, 이곳의 지배자가 늑대에서 엘크로 바뀐 후 생태계가 요동칩니다. 그로 인한 문제점을 해결하는 길은 늑대를 다시 공원에 풀어놓는 일! 1995년에 생태복원 프로젝트가 시작되지요.

이 책의 1부에서는 고향으로 돌아온 늑대들의 여정을 그립니다.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그 여정에 동참한 늑대는 총 열네 마리지요. 썰매, 비행기, 트럭, 다시 썰매로 70년 만에 돌아온 야생의 세계에서, 그들은 우리 속에 10주 동안 수용되어 지내게 됩니다. 가두어 지내는 이유는, 너무 일찍 풀어주면 회귀본능으로 북쪽 캐나다로 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해요.

드디어 자유로워진 날, 조심스럽게 한 발자국, 두 발자국, 그러다가 그들은 질주합니다. 과학자들은 각 늑대들의 번호를 붙여 이미 추적 장치를 달아놓았기에 그들의 이동 경로를 예의 주시하지요. 사냥이 시작되려고 해요. 갑작스러운 늑대들의 등장에, 엘크 무리는 얼마나 놀랐을까요? (주인공이 늑대인 책에서 저는 순간, 엘크 입장이 되어 읽고 있군요.) 완연한 늑대의 계절! 봄마다 새끼 늑대들이 태어나고 늑대가 잃어버렸던 우두머리 자리를 되찾자, 공원 안의 동물들의 삶과 자연 풍경이 바뀝니다.

2부에서는 늑대 수의 증가로 옐로스톤이 어떻게 새롭게 바뀌었는지 보여줍니다. 여러 동물들과 나무, 새, 곤충 등의 그림들이 다양하고 아름답게 펼져집니다. 1부에서 늑대들 위주의 이야기가 긴장감을 주었다면, 2부에 이르면 전반적으로 평화로운 분위기가 느껴져요. (엘크 무리에게는 전혀 달갑지 않은 상황이겠지만요. 또 잠깐, 엘크 입장!)

늑대가 울부짖는 소리에, 엘크는 바짝 경계하며 한곳에 머물기보다 이동합니다. 그러면 풀은 그만큼 풍성하게 자라고 엘크에게 뜯어 먹히지 않았기에 나무들이 크고 튼튼하게 자란답니다. (여기서는 나무 입장도 되어봅니다. 어린 나무를 먹어치우는 엘크로 인해 자라지 못했던 세월이 도대체 얼마였던가?) 그 외의 변화들을 섬세하고 멋진 그림과 함께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열네 마리 늑대의 삶과 죽음을 간략히 보여주는 특별 페이지도 있어요.

3부에서는 자연의 순리를 한눈에 보기 쉽게 요약해줍니다. 옐로스톤 국립공원에 늑대가 없다면 먹이 사슬과 자연 생태가 얼마나 뒤엉키게 되는지 다시 확인해볼 수 있어요. 또한 한국의 백두산 호랑이를 비롯해, 여러 나라의 생태복원의 현황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늑대가 자연 균형과 생태계 안정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알게 되지요. 특히 아이들이 생태계, 먹이 사슬, 환경 보호 등을 정보 지식 차원이 아닌, 실화와 그림으로 진지하면서 흥미롭게 접근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책입니다. 자연 질서에 순응하며 사는 동물들과 그들을 포획하려는 사냥꾼, 탐욕으로 삶의 순리를 역행하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대조해서 생각해보는 시간도 가져봅니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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