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와 인형 미운오리 그림동화 2
라리사 튤 지음, 레베카 그린 그림, 서현정 옮김 / 미운오리새끼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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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고 작가 카프카와 이름이 똑같네 하고 생각했는데요, 동일인이 맞아요. 실화를 바탕으로 한 그림책입니다. 카프카가 인형을 잃어버린 소녀를 만나고, 그 소녀에게 인형이 여행 갔다고 말해주지요. 그렇게 말하고 지나가버린 게 아니라 이후 인형의 편지를 전해주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에피소드를 어떻게 글과 그림으로 보여줄지 정말 궁금했어요.

사라진 인형 이름은 숩시, 공원에서 울던 소녀는 수지랍니다. 카프카는 인형들의 편지를 전하는 우편배달부로서, 수지에게 숩시의 편지를 건네줍니다. 숩시는 프랑스, 영국, 스페인, 모로코, 이집트를 거쳐 남극 탐험을 떠나지요. 편지를 전할 때마다 카프카는 공원 벤치에서 수지와 이야기를 나눠요. 숩시가 쓴 내용에 대해서요. 실제로 소녀가 받았던 편지글은 찾지 못했다고 해요. 그러니까 그 내용은 순전히 그림책 글작가의 상상에 따른 것이지요. 대체로 재미있는 내용이 많아 웃으면서 읽게 되는 글이에요.

숩시의 글 가운데 곱씹어볼 표현도 있었어요. 마음이 아픈 것은 마음이 자라고 있다는 뜻이래요. 뒤이어 수지가 슬픈 얼굴로 자신이 자라고 있어서 새 신발을 신어야 한다고 말해요. 카프카는 자신의 신발을 평생 신게 될 거라고 응대하지요. 저는 이 대목이 의미 있게 느껴졌어요. 아이의 성장은 기쁘지만 동시에 유년시절과 헤어지는 것이니 슬픈 게 맞으니까요. 어른이 된다는 것은 신체적 성장의 완결일 수 있겠지만 앞으로 제자리걸음, 나아가 하강 곡선을 향한다는 의미도 내포하지 않을까요.

이 그림책을 통해, 카프카의 새로운 면모를 볼 수 있어요. 그의 작품세계가 전해주는 회색빛 분위기 때문에 작가 개인의 성향마저 암울할 것이라고 오해할 여지가 많은데요, 이 책에서 보여지는 카프카는 더할 나위 없이 따뜻하고 정감이 넘쳐요. 이 책으로 산책 중인 카프카를 만나보세요!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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