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OCAL 장수, 고창, 군산, 임실 - 맛을 찾아가는 여행
안은금주 지음 / 무블출판사 / 202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특별한 여행책이다. 일반 단행본의 편집 방식이 아니라 다채로운 구성, 색감, 사진으로 가득한 잡지 느낌이다. 앞표지에 나온 지명인 장수, 고창, 군산, 임실, 그리고 '맛을 찾아가는 여행'이라는 문구만으로 시선을 잡아끈다. 마음껏 여행 다니고 싶다는 바람은, 아마 코로나 이후 모든 이들의 심정일 터이다. 독자들에게 간접 경험이라도 해보라고 권유하듯이, 여행 관련책은 코로나 이전과 다름없이 많이 출간되는 분위기다. 그런 흐름 가운데 이 책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한다면 '최고'다.

이 책이 다루는 네 곳을 아직 가보지 못했다. 치즈로 유명한 임실을 가보고 싶다는 마음만 가지고 있었다. '이 책을 가이드 삼아 언젠가 그 지역들을 차례로 들러보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페이지를 주욱 넘겨보다가 놀랐다. 사진집인가 싶을 정도로 멋진 장면, 구도, 배치가 펼쳐졌기 때문이다.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각 지역마다 1만 컷이 넘는 사진들이 있는데 그중 신중하게 고른 한 컷, 한 컷에 스토리를 담았다고 밝힌다. 단순한 맛집 소개가 아니라 지역의 식재료와 산지의 역사, 식문화의 근원을 탐험하듯 여행지를 소개하려는 저자의 의도에 걸맞게, 책 속의 사진들은 독자들을 로컬의 맛과 멋 세상으로 이끄는 데 꽤 효과적인 통로이자 도구 같다. 저자가 말하는 '미식 여행'의 정의가 곧 이 책의 색깔인 듯해서 소개해본다.

"미식 여행은 지역마다 다른 환경과 문화 역사를 이해하며 지역의 전통과 관습을 맛으로 깊이 있게 경험하는 여행이다."(183쪽)

지역의 특색 있는 음식을 먹어보자는 차원을 넘은 종합적인 접근이기에, 이 책에서 말하는 '맛'이란 단순히 미각뿐 아니라 오감을 만족시키는 의미일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사진 위주의 책 구성이라 글이 최대한 절제되어 있는데, 그렇다고 내용까지 빈약한 것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재미있고 깔끔하게 핵심만 담은 느낌이다.

저자는 물멍, 곧 아무 생각 없이 흘러가는 물을 바라보기에 좋은 최적의 여행지로 장수를 소개한다. 트래킹, 관광, 가볼 만한 장소를 스물한 곳 알려주고 이틀에 걸친 드라이브 여정을 간단히 보여준다. 다른 지역도 이와 비슷한 전개 방식이다. 각 지역의 특성 및 매력을 선보이면서 식당을 비롯한 구체적인 볼거리를 소개하고 이틀간의 경로를 보여주는 구성이다.

이 책의 내용을 따라가면서, 자연스럽게 고창이 세계 최대의 고인돌 밀집 지역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군산의 특산품인 흰찰쌀보리 빵과 케이크, 쿠키를 꼭 먹어봐야지 하고 미리 입맛도 다셔본다. 임실에 가면 임실 치즈 테마파크는 물론이고 그곳의 치즈 역사가 시작된 이야기를 그림으로 꾸며낸 성가리 벽화마을도 잊지 말고 들러봐야지 싶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으로 인상 깊은 정보 혹은 감상일 뿐이고, 이 책을 통해 더 많은 내용을 만나볼 수 있다.

저자의 직함 및 이력이 특이하다. 저자는 '식생활 소통 연구가'로 자신을 소개하고 있다. 지상파 방송 리포터로 활동하다가 한국의 지역 식문화를 보존하고 알리는 일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로컬 콘텐츠 기획사를 창업한 경우다. 이 책은 저자가 프롤로그에서 명시한 대로, 지난 20년간 지역을 탐험하고 발견하며 얻은 우리나라 소도시(local)의 풍경과 이야기를 담은 것이다. 이런 저자의 경험이 사진과 글 속에 담겼기에, 이 책이 일반적인 여행 정보책이나 에세이와는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나 보다. 무엇보다 각 지역에 대한 애정이 물씬 느껴진달까.

국내 소도시 여행의 매력을 한껏 끌어올려주는 '최고'의 책이다. 우리나라 다른 지역도 이 책처럼 시리즈로 소개해주면 좋겠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