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편 윤동주를 새기다
윤동주 지음 / 영진.com(영진닷컴)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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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30일은 윤동주 탄생 104주년인 날이었지요. 우리나라 저항시인 윤동주를 되새기는 시간을 가져볼 수 있는 책이 최근에 나왔습니다. 필사 시집인데요, <하루 한 편 윤동주를 새기다>입니다. 학창 시절이 지난 후에도 마음속에 오랫동안 남은 시인은 윤동주였고, 제가 유일하게 암송하는 시 또한 윤동주 시인의 작품이며,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참가해본 시낭송 대회도 윤동주 시인과 관련된 행사였지요. 좋아하는 시인, 시 작품이면서 정작 그의 시로 필사를 해본 기억은 가물가물하여 이 책의 출간이 더욱 반가웠습니다.

이 책은 페이지마다 색다른 일러스트를 선보여서 예쁜 시화집의 느낌을 줍니다. 책을 펼쳤을 때 한 면에는 시, 다른 한 면에는 빈 공간, 이런 형식이 계속 반복되는 것은 아니에요. 물론 그런 형태도 있지만 전면이 짙은 그림으로 깔려 있기도 하고 흐린 서체 그대로 따라쓰도록 구성되어 있기도 합니다. 특히 독립운동가들의 서체를 고스란히 필사할 수 있도록 인쇄해 놓았지요.

책 속에는 김구, 한용운, 안중근, 윤봉길의 서체가 실려 있어요. 네 사람이 필사한 윤동주 시를 보면서, 그들은 어떤 마음으로 각 시를 써내려갔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되더군요. 그들의 서체 모두 개성적이고요. 김구와 안중근의 서체는 비슷한 듯 미세하게 달라요. 그런 관찰도 해보면서 시를 한 편씩 낭송해보고, 또 직접 써보게 되는 책입니다. 온라인 서점에서 구매시 일러스트와 시 엽서 4종 세트를 선착순 증정한다고 하니, 선물용으로도 좋은 기회가 될 듯해요.

총 70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는데요, 그림과 함께 천천히 시를 감상하는 시간을 가져볼 수 있습니다. 좋아하는 시인 맞나 싶을 정도로, 제가 잘 모르는 시들이 많다는 것에 새삼 놀라게 됩니다. 개인적으로는 서시, 참회록 등의 자기 고백적인 시를 좋아하는데요, 이 책을 한 장씩 넘기다 보니 자연을 묘사한 시들에 눈길이 머물게 되네요. '달같이'는 짧지만 사유의 여운을 안겨줍니다.

연륜이 자라듯이

달이 자라는 고요한 밤에

달같이 외로운 사랑이

가슴 하나 뻐근히

연륜처럼 뻗어 나간다.

물고기 나이를 알 수 있는 줄무늬, 나무의 나이를 알 수 있는 둥근 테, 쌓인 경험에 의한 숙련의 정도 모두 '연륜'인데요, 어쩌면 사람이 나이 먹어 생기는 주름살도 연륜이라 할 법한데 우리는 왜 애써 그것을 지우려고 하고 서글프게 여기는 것일까요. 이 시와 연관시킨다면, 연륜이 자란다는 것은 외로운 사랑이 더 커지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어요. 이 시에서 달이 자란다, 달같이 외롭다 등의 표현을 곱씹게 됩니다. 이런 시는 어떤가요?

눈 위에서

개가

꽃을 그리며

뛰오.

'개'라는 시인데요, 눈 위를 뛰노는 개를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 시인이 눈앞에 그려지는 듯해요. 꽃처럼 예쁜 마음이라야 나올 수 있는 표현이겠지요.


또한 '길'이라는 시에서는 무엇인가 잃어버렸고 그것을 찾기 위해 오늘을 산다는 의미로 받아들였어요. 눈물, 부끄러움이 동반된 '길'이기에, 잃어버린 그것을 찾게 되면 다시는 놓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문득 영화 <동주>도 떠올리게 됩니다. 윤동주 시인이 살다 간 짧은 인생, 남기고 간 시들, 그리고 후세인 우리에게 전해주는 무언의 메시지는 생생한 현재형으로 우리 곁에 있는 것이겠지요. 이 책으로 하루 한 편씩 시를 감상하고 낭송하며 필사하는 시간을 가져본다면, 저의 나이테가 조금은 덜 서글프고 무엇인가 잃어버린 심정이 조금은 덜 부끄러울까요?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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