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매기 씨의 달리기 도란도란 우리 그림책
일루몽 지음 / 어린이작가정신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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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전날, 뭔가 유난히 분주했지만 마음 한구석이 쓸쓸해지는 저녁입니다. 가만히 눈앞의 그림책을 펼쳐봅니다. 표지가 예쁘고 그림체가 따뜻한 <갈매기 씨의 달리기>라는 그림책이에요. 첫 장면에 나오는 갈매기 씨가 슬픈 표정으로 울고 있군요. 갑자기 혼자가 되어버린 상황이라니 안타까워요. 한쪽 날개까지 다쳤고요. 의사 선생님 말로는, 갈매기 씨가 두 번 다시 날지 못할 것이라고 해요.


가족과 하늘을 잃어버린 갈매기 씨는 그저 집안에 누워 있을 뿐인데요, 정작 잠도 잘 오지 않나 봐요. 스스로 마음을 다잡은 갈매기 씨는 이곳저곳 멋진 장소를 돌아다녔어요. 그런데 표정이 전혀 즐거워 보이지가 않네요.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마찬가지고요. 마음이 기쁘지 않다면, 어떤 음식이나 장소도 무용지물이겠지요.


"정말 이대로는 안 돼."


다시 마음을 굳게 먹은 갈매기 씨가 한 행동이 무엇일까요? 바로 달리기입니다. 갈매기 씨는 딴생각이 나지 않아서 무작정 달렸다는데요, 그렇게 꾸준히 달리던 중 조그마한 알 하나를 발견하게 되지요. 그때부터 갈매기 씨는 달리기 외에 할 일이 생겼어요. 아기 새가 알을 깨고 나오기 전에, 배워둘 것도 준비할 것도 아주 많았거든요. 그러다가 드디어 아기를 맞이하게 되었어요. 어떤 아기였는지, 이 그림책으로 확인해볼 수 있답니다. 소곤소곤 살짝 알려드리면 새 종류는 아니었고요, 포유류에 속한 귀여운 동물이에요. 갈매기 씨는 맛있는 음식, 멋진 장소, 달리기 모두 이제 아기와 함께합니다.


갈매기 씨가 알을 발견한 순간부터 다음 이야기 전개가 머릿속에 환하게 그려지는데요, 예상했던 장면들이 나올 때마다 슬며시 미소를 짓게 됩니다. 갈매기 씨와 아기가 함께하는 장면들이 정말 예뻐요. 갈매기 씨와 아기 둘 다 혼자가 아니라서 참 다행이에요.


이 그림책의 가장 큰 특징이 있어요. 갈매기 씨가 머무는 장소마다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는 거예요. 병원, 도서관, 식당, 공원 등에서 사람들의 일상이 그려져요. 그래서 '갈매기 씨 역시 사람으로 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스쳤어요. 굳이 다른 사람들이 나오지 않아도 갈매기 씨의 상징성을 생각해볼 수는 있겠지만, 더욱 확실히 해두고 싶은 작가의 의도일 수도 있겠지요. 어떤 사람이 무엇인가 상실감을 느끼고 그로 인해 무기력해졌다가 스스로 기운을 내보지만 계속 우울해지기만 해요. 작가는 그럴 때일수록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라고, 또한 자기가 사랑할 대상을 만나보라고 이야기하는 것만 같아요.


처음 그림책을 펼쳤던 순간 조금 쓸쓸했던 제 마음도 차츰 나아지고 있어요. 아마 작은 상실감이나 약간의 무기력과 우울감이 꿈틀거렸던 탓인지도 모르겠어요. 분명히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 같은데, 또 달리 생각하면 굳이 그렇게 느낄 필요도 없는 것 같아요. 저는 주어진 오늘 저의 최선을 다하면 될 터이고 하늘이 저에게 붙여주신 사람들을 마음껏 사랑하면 될 뿐이겠지요. 저에게 이런 메시지를 전해주러 온 갈매기 씨, 고마워요! 메리 크리스마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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