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보지 마 내 손으로 만드는 나만의 책
니카라스 캐틀로 지음, 최정희 옮김 / 가람어린이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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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흥미를 끄는 책이 나왔다. <이 책 보지 마>다. 보지 말라니, 그럼 어떻게 하라고? 앞표지에 이미 힌트가 나와 있다. "이 책을 너덜너덜하게 만들자.", "낙서 안 하는 사람 바보!" 등의 구절로 미루어 이 책의 사용 방법을 짐작할 수 있다. 알고 보니, 이 책의 저자는 이미 비슷한 종류의 책들을 출간한 바 있다. <이 책 먹지 마>, <이 책 읽지 마>에 이은 책이 바로 <이 책 보지 마>다.

책을 펼치자마자 주의사항이 나온다. 이 책에 대해, 저자가 어린이 독자에게 간략하게 설명해주는 내용이다. 저자는 마음껏 그리고 낙서하고 상상하라고 말해준다. 순서대로 그릴 필요도 없고 정답도 없으며 잘 그릴 필요도 없다고. 다만 절대 눈으로만 보지 말라고 강조한다. 아이와 함께 이 책의 다음 페이지를 넘겨보았다. 연필이든 색연필이든 그릴 도구를 들고 그릴 수 있는 공간이 펼쳐진다.

"한번 해봐. 그리고 싶은 페이지 아무곳이나."

"여기에다 직접?"

나의 말에, 아이는 약간 당황한 눈치였다. 아예 대놓고 책에 낙서를 하라고 하니 놀랄 수밖에. 평소에 아이에게 책을 깨끗하게 보자고 말을 해왔던 터라, 더 그랬을 것이다. 워밍업 차원으로 그려볼 페이지가 있나 찾아보았다. 요즘 아이가 사람 얼굴을 잘 그리니까, 얼굴 중심으로 나온 그림이 좋겠구나 싶었다. 각기 다른 표정의 네 얼굴이 있다. 모두 머리카락은 없는 상태다. 이 페이지의 글은 하나의 질문이다.

"세상에서 제일 우스꽝스러운 머리는?"

아홉 사람의 각기 다른 표정도 있다. 한 사람만 빼고 여덟 사람의 수염을 그리는 페이지다. 또한 표정이 나와 있지 않은 여백의 얼굴 여섯이 있다. 각 얼굴 위에 해당 감정과 어울리는 표정을 담아내는 페이지다. 다섯 얼굴에는 기쁨, 슬픔, 화남, 지침, 혼란스러움 등의 감정 상태가 나와 있고, 나머지 하나는 빈 공간으로 직접 감정 상태를 적을 수 있다.

이처럼 아이에 맞게 워밍업이 될 만한 그림을 찾아서 해볼 수 있고, 그냥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펼쳐서 그려볼 수도 있다. 코끼리가 놀란 표정인데 왜 그런 것인지, 또한 공룡이 뭘 먹었는지를 상상해서 그려볼 수 있고, 세상에서 제일 괴상한 생명체를 완성하거나, 땅속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정체가 무엇인지도 만들어볼 수 있다. 이 책은 총 200개가 넘는 그림을 활용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종합장, 스케치북, A4 용지, 낱장으로 뜯어서 사용하는 종이 등 아이가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공간은 참 다양하다. 그런데 대체로 그림 연습장 개념으로 사용되어, 다 쓰고 나면 그냥 버려질 때가 많다. 아이의 기발한 생각을 담은 그림을 발견하게 되면 따로 모아두기는 하는데, <이 책 보지 마>처럼 한 권의 책 안에 아이의 상상과 그림을 모아볼 수 있다면 정말 좋겠구나 싶다. 저자는 이 책의 각 페이지마다 그림의 일부 혹은 어떤 단서만 제공했을 뿐이고, 전체 그림을 완성하는 몫은 순전히 어린이 독자에게 달려 있다. 그러니, 다 채워진 그림은 아이의 작품, 아이만의 책이 된다. 아이가 오늘 즐겁고 신나게 그린 그림은, 내일 멋진 추억과 작품으로 남을 것이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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