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의 끝없는 이야기 특서 어린이문학 1
이상권 지음, 전명진 그림 / 특서주니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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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에 관한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로운데요, 개인적으로는 무서운 이미지가 아닌 호랑이 캐릭터가 좋아요. 아이에게 읽어주는 책이라면 더욱 그렇고요. 내년 2022년 호랑이 해를 맞아 출간된 동화일까요? <호랑이의 끝없는 이야기>의 표지 속 백호 표정이 정말 편안해 보여요. 왠지 무섭지 않은 호랑이일 것 같아 기대감을 가져봅니다. 그럼, 동화 속으로 출발!


하늘에 계시는 천지왕이 절대적인 권한을 주는 존재가 산신령입니다. 맨날 호랑이만 산신령이 되니 여기저기서 원성이 나오고, 천지왕은 시험을 통해 산신령을 뽑게 되는데요, 최근 5백년간 백호가 산신령이 되지요. 이에 늑대들은 백호를 모두 없애기로 하고, 그즈음 막 백호를 낳았던 엄마 호랑이는 쫓기다가 아기를 인간의 집에 놓고 사라집니다. 늙은 개 누렁이는 자신의 품으로 파고드는 아기 백호를 지켜주기로 해요. 그 집의 주인 허절구는 쌍둥이 허산과 허강이 있었는데요, 안타깝게 잃은 허산의 이름을 백호에게 붙여줍니다.


허산의 능력은 사람들로 하여금 말을 끌어내는 거예요. 누구든지 허산 앞에서는 속마음을 털어놓지요. 그렇다고 허산이 특별한 조언을 하는 것은 아니예요. 그저 이런 말을 할 뿐인데요, 사람들은 기분이 좋아진다니까요.


"네 마음이 가는 대로 해. 그게 가장 좋은 거야!"(35쪽)


역병을 퍼트리는 햇볕사슴족 귀신에게도, 허산은 "귀신님 마음이 가는 대로" 하라고 말할 뿐 아니라 "그동안 참 많이 힘드셨겠어요" 하는 위로의 말까지 전해주니, 마을의 역병이 사라지고 말았지요. 그 후 마을의 부자 황천돌은 가난한 농부 허절구에게 특별한 백호가 있다는 사실이 기분 나빠서, 형님의 환생이라고 둘러치고 백호를 빼앗아옵니다. 더 잘 키워서 나중에 큰 돈을 벌 꿍꿍이를 가지고서 말이지요. 허산은 무식한 욕심쟁이 황천돌을 사또에 이르게 도와줍니다.


황천돌은 한 스님에게서 영원한 생명수를 받고 허산을 그 스님에게 넘기고, 허산은 수성 대사라 불리는 스님을 따라다니면서 그가 왕에 이르도록 도와주지요. 외모 콤플렉스가 있었던 왕은, 백호의 뼛가루를 물에 타서 마시면 키가 자라고 얼굴에 바르면 피부가 좋아진다는 말에 그만 현혹되고 마는데요...


이처럼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이어집니다. 이후 백호는 곡마단에 보내지고 그곳 공연은 말 그대로 대박 행진을 이어가지요. 백호가 하자는 대로 따랐기 때문이에요.


"누구나 타고난 재능이 있으니 자신을 믿고, 마음이 말하는 대로 따라가라."(175쪽)


곡마단 소속 동물들이 모두 자유를 얻게 되었는데요, 아무도 그곳을 떠나려고 하지 않았어요. 지금처럼 안락한 생활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이유였지요. 허산만 그곳을 떠나 허절구 내외의 무덤을 찾고, 적성에 맞지 않은 과거 시험만 보더니 계속 떨어지다가 급기야 거지가 되어버린 아우 허강을 만납니다. 허강은 허산에게, 대리 시험을 봐주거나 시험 문제를 알려달라고 요구하지요. 허산은 부정한 방법으로 도울 수 없다고 말하면서 과거를 포기하라고 말합니다. 저는 이 대목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둘의 대화를 먼저 보지요.


"형은 분명히 내 마음이 가는 대로 따라가라고 해놓고는, 왜 나를 못 가게 막는 거야?"

"허황된 마음을 갖고 있으니까 그렇지! 마음의 소리를 따라가야 하는 것은 맞지만, 인간들은 허황된 생각을 스스로 마음속에 다 주입할 능력까지 있지. 그래서 한 번 잘못된 생각으로 살게 되면 평생 그렇게 살게 되는 거야. 아우도 그런 경우야."(195쪽)


허산은 만나는 사람, 동물에게 "마음 가는 대로 해"라고 말하곤 했지요. 그런데 허강에게만은 예외였어요. 만약 동화가 마음 가는 대로 하라는 내용까지만 나왔다면, 뭔가 의문이 들었을 것 같기는 해요. 마음의 소리를 따른다는 게, 혹시 자기 변명이나 합리화로 치닫지는 않을런지 하고요. 작가는 그 부분을 헛된 생각에 빠져 있는 어리석은 허강을 통해 보여주네요. 마음의 소리를 들을 때, 우리는 그게 허황된 생각인지 아닌지 분별해야 한다는 것을 말해주는 듯해요. 어렵지만 중요한 지점이겠지요.


산신령이 허산을 직접 찾아와 차기 산신령으로 임명한다고 전하지만, 허산은 "마음속 목소리"를 따라 남은 생을 그저 한 마리의 호랑이로 살아가겠다고 말합니다. 주변 사람, 동물에게 늘 하던 말 "마음 가는 대로 해"를 직접 실천한 결말인 셈이네요.


대략의 줄거리 중심으로 적어 보았는데요, 직접 읽어보면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 것입니다. 허산을 이용만 하고 죽이려고 했던 황천돌과 수성 대사의 후일담도 확인해볼 수 있고요. 동화를 읽으면서 의문이 들었던 부분은, 허산이 때마다 위험을 알려주는 까마귀 이모 세발이의 말을 왜 듣지 않았느냐는 거예요. 그때마다 자신을 속이고 있는 사람들을 찰떡같이 믿고 오히려 세발이가 헛소문을 들은 것이라고 단정했지요. 어떤 면에서는 위태롭고 어리석어 보이기까지 했어요.


그런데 다른 맥락에서 생각해보면, 왜 인간에 대한 신뢰를 가진 쪽이 '바보' 취급을 받아야 하는지, 반면 왜 불신과 의심, 이기심으로 똘똘 뭉친 쪽은 영리한 취급을 받는지 좀 씁쓸했지만 지금의 현실이 그렇지 않나 싶은 생각도 들었어요. 다른 의문은, 자신을 낳아준 엄마 호랑이가 늑대들 때문에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 사실을 듣고서 어떻게 그렇게 초연한 모습이었나 하는 점이에요. 허산은 진작에 깨달았던 것일까요? 복수를 한다고 엄마 호랑이가 다시 살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복수심과 원망, 미움이 얼마나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지에 대해 잘 아는 듯 보였어요.


마음 가는 대로 따라간다는 것은 정말 습관 같아요. 곡마단의 동물들처럼, 한순간도 그렇게 살아보지 않았다면 앞으로도 영원히 그렇게 살 수 없는 것이겠지요. 호랑이 허산이 반복해서 하는 말, "마음 가는 대로 해"를 특별히 내년의 제 모습에 적용해보려고 합니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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