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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들링 3 - 오직 하나 ㅣ 엔들링 3
캐서린 애플게이트 지음, 서현정 옮김 / 가람어린이 / 2021년 12월
평점 :
드디어 <엔들링> 시리즈의 새로운 이야기가 나왔다. 작가에 대한 관심으로 우연히 보게 된 <엔들링>의 시작. 벌써 3편이자 마지막편을 맞이했다. 개처럼 생긴 데언인 빅스, 여우처럼 생긴 워빅인 토블. 앞표지를 보니 지난 이야기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작가는 독자들의 기억을 상기시켜 주려는 의도인지 3편 앞부분에서 간략한 핵심을 서술한다. 빅스가 이 세상 마지막 데언, 곧 엔들링인 줄 알았는데 실제는 소수의 남은 데언들이 있었다는 것, 종족이 거의 멸종 상태가 된 이유는 데언의 거짓말을 알아내는 능력 때문이었다는 것, 빅스는 더 이상 순진하고 아무 걱정 없던 어린아이가 아니라는 것 등이다.
평화군을 이끄는 네다라의 영주 카라의 부탁으로, 빅스는 속을 알 수 없는 나티테 종족의 여왕을 찾아가 진실 여부를 살피는 임무를 맡아 일행과 함께 나티테로 향하는 중이다.
평화군에 합류할 이들을 모으기 위해, 빅스는 믿을 만한 특사로 나서게 된 것이다. 평화군의 목소리가 되어달라는 카라의 말에, 빅스는 위험을 감수하게 될 줄 알면서도 의연하게 대꾸했다. 자신을 믿으라고, 카라의 눈과 귀, 목소리가 되겠노라고. 부끄럽고 겁 많던 어릴 때에 비하면 빅스가 담대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책임감 속에 언뜻언뜻 보이는 두려움은 여전하다. 빅스는 매번 자신이 임무를 실패하면 어쩌나 하는 마음을 내비친다. 그러나 스스로 그것을 인정하면서도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이 멋지다. 같은 데언 맥신에게 하는 빅스의 말은, 어쩌면 자신을 다독이는 의미를 담은 것이리라.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건 불가능할 거야, 맥신. 그렇지만 두려움을 느끼지 않아야만 용감한 것도 아니라고 생각해. 내 생각에는 말이야, 두려움에 떨면서도 해야 할 일을 하는 게 진짜 용기인 것 같아."(141쪽)
평화군은 드라이랜드와 네다라 사이의 전쟁을 막는 게 목표다. 이에 나티테 종족의 여왕 파비온느는 전쟁을 막는 데 협조하겠다고 답변하면서, 쇠와 도자기, 휴식처 삼을 두 섬, 그리고 평화를 얻은 이후 의회 회의마다 나티테족을 참석시키는 조건을 제시한다. 이 과정에서, 나티테 종족이 고래에서 발전된 생명체라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첫 번째 특사 임무에 이은 빅스의 두 번째 임무는, 보시프 마을의 워빅들이 평화군에 합류하도록 그들에게 신뢰를 주는 일이다. 워빅들은 자신들이 전투에 나서는 대가로 지배 종족의 지위를 요청한다. 승리를 자신할 수 없는 전투에 나서는 무리 앞에서, 빅스는 이렇게 생각한다.
"우리는 모두 두려웠다. 하지만 두렵다고 멈추지는 않을 것이다."(215쪽)
평화군의 리더인 카라도 두렵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지혜로운 리더답게 "두려움은 너의 믿음직한 친구야, 빅스. 네가 큰 실수를 하지 않는다면. 두려움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돼."(285쪽)라는 말을 한다. 그리고 카라는 폭군들인 무르다노와 카자르에게 단 한 번의 결투를 요구한다. '네다라의 빛'인 검을 높이 쳐들면서. 결국 두 폭군은 어린 소녀인 카라, 전사나 영웅과는 거리가 먼 데언 빅스, 작은 생명체에 불과한 워빅 토블의 손에 최후를 맞는다. 그로부터 10년 뒤, 빅스의 일상이 소개되면서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어쩌면 가장 약해 보이는 캐릭터인 빅스, 토블, 카라를 통해 평화가 찾아왔다는 사실이 비현실적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그만큼 세상은 더 세고 강한 자가 항상 이기는 것처럼 보이니까. 선하고 옳은 신념과 상관없이 말이다. 그런데 이 땅의 평화는 잘못된 것, 악에 맞서는 사람들의 미약한 듯하지만 확고한 용기가 모여 유지되는 것이 아닐까. 이 소설을 읽는 어린이, 어른 독자 모두 두려움과 용기, 그리고 세상의 평화에 대해 생각해보게 될 것이다. 두려움에 떨면서도 해야 할 일을 하는 게 진짜 용기라는 빅스의 말을 다시 한 번 상기해본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