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서울대공원 동물원에 가게 되었을 때, 우리 가족을 처음으로 맞아준 동물은 타조였다. 기린은 긴 목을 뽐냈을 뿐 아니라, 긴 다리를 옆으로 펼쳐 고개를 숙이는 모습도 보여주었다. 그냥 갈까 하는 순간에, 코끼리 여러 마리는 한꺼번에 자기들 숙소에서 나와서 우리 가족을 비롯한 방문객들의 환호를 받았다. 갇혀 있는 동물들이 행복할까, 동물원이 과연 필요한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아이와 함께 그림책 속 동물들을 실제로 본다는 것은 분명 특별한 경험이다. <내가 왜 커다란지 알려 줄까?>라는 그림책 표지를 보면서, 아이와 자연스럽게 직접 만나본 타조, 기린, 코끼리 이야기를 하게 됐다. 그러면서 "세상에서 가장 큰 동물들"로 어떤 동물들을 그려내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이제, 커다란 동물들을 다룬 만큼 판형도 큰 책을 펼쳐볼 차례다.
이 책은 기린, 코모도왕도마뱀, 아프리카코끼리, 남극하트지느러미오징어, 말코손바닥사슴, 흰긴수염고래, 타조, 갈라파고스땅거북, 하마 등을 다룬다. "나는 풀이 많은 넓은 들판을 우아하게 걸어 다녀요."라는 기린의 말투에서 알 수 있듯이, 동물들 각자가 자신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고 있다. 크기, 몸무게, 먹이, 서식지, 속도, 천적, 신체적 특징, 생활 방식 및 생존 전략 등을 서술한다. 각 동물들이 직접 소개하는 내용을 읽다 보면, 새롭게 느껴지는 정보가 많이 있다. 실제로 잘 몰랐던 내용을 담고 있기도 하고, 숫자가 나오는 경우 관련 지식이 더 실감 나게 다가오는 효과도 있는 듯하다. 가령 기린의 꼬리는 1미터, 혀는 53센티미터, 기린이 하루 먹는 나뭇잎과 잔가지 양은 45킬로그램이 넘는다.
어른 코모도왕도마뱀이나 다 자란 코끼리에게는 천적이 없다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반면 다른 동물들은 어른이 되어도 여전히 천적이 있었다. 코모도왕도마뱀은 한번 물었던 먹잇감을 놓치지 않는데, 그 이유는 물 때 넣은 독 때문에 상대방이 죽는 탓이다. 어릴 때 다른 동물들만 조심하면 어른이 되면 무서울 게 없다. 심지어 인간도 공격할 수 있단다. 코끼리의 적은 사냥꾼들이 아닐까. 그들이 우유빛 상아와 가죽, 고기 때문에 코끼리를 죽이는 현실이라고 하니...
남극하트지느러미오징어 길이는 14미터 이상, 몸무게는 495킬로그램이며, 눈의 지름만 30센티미터다. 이 거대한 오징어는 무려, 수심 1000미터 아래에 살아서, 아직 생활 방식이 규명되지 않은 생명체다. 말코손바닥사슴의 암컷은 뿔이 없고 수컷만 있는데, 그 뿔은 계절의 변화로 떨어진단다. 녹용을 얻기 위해 일부러 자르기도 하는데, 이 사슴의 경우만 저절로 떨어지는 것일까. 문득 궁금해졌다. 수컷 몸무게는 800킬로그램, 암컷은 400킬로그램인데 숲속에서 조용히 걸어다녀서, 숲속 산책자들을 놀라게 하기도 한다. 종종 로드킬 피해자가 된다고 하니, 안타깝다.
흰긴수염고래는 몸집도 크지만 엄청 시끄럽다고 한다. 최대 180데시벨까지 낼 수 있는데, 이것은 비행기 소음인 120데시벨보다 크다.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곳의 다른 흰긴수염고래와 이야기를 나눈다. 날개는 있지만 날지 않는 타조는, 모든 새 중에서 가장 키가 크고 무겁고 빠르다. 단, "가장 빠른 달리기 선수"다. 더 빨리 날아가는 새들이 있기 때문에. 하마는 반전 캐릭터다. 동작이 느리고 순해 보이지만 아주 재빠르고 위험하다. 물 밖으로 나가려고 할 때 누군가 길을 막으면, 하마는 그냥 들이받는다. 다른 하마가 자신의 영역을 침범할 때는 상대방에게 단단한 똥을 한가득 누면서 흩뿌려 준단다.
갈라파고스땅거북은 빨리 달릴 수도 없지만 굳이 애써 달릴 필요도 없다. 위험하면 언제든 숨을 수 있는 등딱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 대목을 보면서, 토끼와 거북 우화가 떠올랐다. 달리기 경주라는 설정 자체가 거북에게는 우스운 것이었겠구나. 토끼는 위험에 노출되면 무조건 달려야 했겠지만, 거북은 단단한 갑옷 같은 등딱지 안에 숨어 있으면 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