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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내 친구 ㅣ 웅진 세계그림책 216
샬롯 졸로토 지음, 벵자맹 쇼 그림, 장미란 옮김 / 웅진주니어 / 2021년 10월
평점 :
친구에 대한 그림책들은 작가의 가치관만큼 다양한 듯하다. 그래서 각 그림책마다 작가가 어떤 친구를 그려냈는지, 궁금증과 설렘을 가지게 된다. <안녕, 내 친구>의 표지만 봐도, 단짝 친구 이야기구나 하고 짐작할 수 있다. <우리는 단짝 친구>(스티븐 켈로그 지음)라는 그림책을 아이와 함께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떠오른다. 그 책은 특별하게 친했던 친구에 대한 여러 감정을 잘 그려냈던 이야기다. 이번에는 어떤 이야기일까. 칼데콧상 수상 이력이 있는 글작가 샬롯 졸로토와 귀여운 아기 곰 시리즈로 유명한 그림작가 벵자맹 쇼의 그림책 속으로 들어가본다.
'나'에게는 갈색 머리 친구가 있다. 둘은 숲속에서 자연과 벗 삼아 놀고 비가 오면 다락방에서 빗소리를 들었다. 비가 그치자마자 풀밭에서 맨발로 뛰놀기도 하고 사과나무에 올라가 사과를 따 먹었다. 줄넘기, 구슬 꿰기, 책 읽기, 이야기 나누기 등, 둘은 항상 함께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친구 집에 갔는데 그 친구를 만날 수 없었고, 숲에서 친구가 다른 아이와 함께 노는 모습을 보게 된다. 친구는 '나'와 놀았던 것과 동일하게 다른 아이와 놀고 있었다. 함께 불렀던 노래까지 똑같았다. 집에 돌아온 '나'는 눈물을 흘리고 마는데...
"온종일 울고, 울다가 잠이 들었다"는 문구에서, 아이의 감정을 엿볼 수 있다. 그전에 느낀 감정도 복잡했을 것이다. 놀라움, 황당함, 속상함, 미움, 슬픔 등. 물론 아이마다 감정의 색깔과 세기는 다르겠지만. 숲에서 친구가 다른 아이와 함께 있는 모습을 본 이후, 그림책 속 '나'처럼 그냥 멀찌감치 지켜만 보는 아이도 있겠지만, 친구의 이름을 부르며 그 앞으로 다가가는 아이도 있지 않을까. 소위 '핵인싸'처럼 새로운 아이를 자기 친구로 만드는 아이도 있을지 모른다. 정답은 없다. 아이 성향대로 행동하면 될 테니... 그런 점에서 이 그림책의 캐릭터 설정과 방향성이 마음에 든다.
친구가 '나'를 내버려두고 다른 아이와 노는 이유는? 그것은 알 수 없다. 작가의 관심은 거기에 있지 않다. 단짝 친구가 서로 오해를 풀고 화해하며 더 친해지거나, 세 명 모두 함께 친하게 잘 지내자는 식의 결말이 아니어서 좋다. 이 그림책에서는 아이가 울 때 부모님이 등장해서 조언하는 장면도 없다. 작가는 아이 스스로 친구 관계를 생각해보라고 은근히 권유하는 듯하다. 자녀가 단짝 친구와 싸우거나 헤어질 때, 부모는 어떤 역할을 해주면 좋을까. 그림책을 함께 보는 어른들이라면, 이런 질문을 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달라진 표현에 주목해본다. 처음에는 "더없이 소중한 갈색 머리 친구"가 마지막 부분에 이르면 "더없이 소중했던 갈색 머리 친구"로 바뀐다. 단순히 현재형이 과거형으로 바뀐 것뿐 아니라, 아이가 생각하는 '친구'도 예전과 많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한 사람과 영원히 함께할 수 없다는 것도, 아주 어렴풋하게나마 느끼게 되었을까. 언젠가 새로운 친구를 만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혼자 징검다리를 힘차게 건너는 아이의 모습이 당당해 보여서 좋다.
그러고 보면, <안녕, 내 친구>는 중의적이구나 싶다. 갈색 머리 친구와 즐겁게 인사할 때, 그 친구를 마음에서 떠나보낼 때, 새로운 친구를 만날 때 모두 해당되는 말인 듯해서. 아이와 함께 그림책 속 친구를 만나고, '나'의 감정과 변화를 따라가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어볼 수 있는 책이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