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헐렁 씨의 뒤죽박죽 만물상 - 나를 키우는 힘! 창의성 ㅣ 생각톡 무지개
임정순 지음, 박은애 그림 / 알라딘북스 / 2021년 9월
평점 :
동화 제목만 보고 이야기를 상상해보곤 한다. <헐렁 씨의 뒤죽박죽 만물상> 표지를 보면서 잠깐 이야기 전개를 그려봤다. 괴짜지만 창의력이 풍부한 헐렁 씨가 주인공 아이에게 '창의성'을 일깨워주는 이야기인가 보다. 그렇게 짐작했다. 만물상에는 어떤 신기한 것들로 가득할지 궁금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나의 상상은 어긋났다. 주인공 아이가 헐렁 씨에게 '창의성'보다 더 중요한 가치를 일깨워주는 이야기였다. 아이와 함께 읽어볼 동화로, 오랜만에 정말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를 발견한 셈이다.
초등학교 5학년 민준이는, 과목별 점수는 좋은 편이지만 그냥 문제집 풀고 외우는 것을 잘할 뿐, 생각하고 질문하는 것은 싫다. 동시 수업을 하다가 선생님은 "초콜릿이 열 개 있는데 세 개 먹었어. 몇 개가 남았을까?" 하는 수학 문제를 낸다. 초콜릿에 대한 이미지를 생각하면서 고정 관념을 버리면 재미있는 발상을 할 수 있다는 말도 덧붙인다. 기발한 답변을 하는 아이들과 달리, 민준이는 "일곱 개" 외에는 다른 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꽉 막혔다면서 아이들에게 깡통 로봇이라고 놀림까지 받았는데, 앞으로 '얼음은 뜨겁다'는 주제로 모둠 활동까지 해야 하다니!
민준이는 우연히 발견한 '헐렁 씨의 뒤죽박죽 만물상'에서 신기한 초록 돌멩이를 얻는다. 뭔가를 생각하려고 할 때 돌을 가만히 문지르면 생각이 말랑말랑해지는 돌이었다. 수업 시간마다 그 돌멩이 덕분에, 민준이는 평소와 다른 창의적인 답변을 했다. 그런데 공짜는 없었다. 민준이는 초록 돌멩이의 대가로 헐렁 씨가 원하는 '창조의 씨앗'을 가져다줘야 한다. 도저히 못 찾겠다면, 창의성의 달인 기홍이를 데려가야 한다. 꽉 막힌 생각을 말랑말랑하게 해주는 초록 돌멩이를 돌려주기는 싫고, 그렇다고 왠지 위험해 보이는 헐렁 씨 앞에 기홍이를 데려가면 안 될 것 같고... 민준이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창의성'을 주제로 이야기가 다양하게 펼쳐져서 재미있었다. 먼저 창의성이란 내 안에 숨어 있는 가능성이라는 사실이다. 헐렁 씨 만물상에 있던 초록 돌멩이와 거꾸로 나무가 실상 민준의 것이었다는 사연만 봐도 그렇다. 또한 발명품이라는 결과물을 위해 남의 아이디어를 훔치는 행위는 분명히 잘못됐다는 교훈이 나온다. 마지막으로 '얼음이 뜨겁다'는 주제로 모둠 활동 과정을 보여주는데, 이는 어린이 독자들이 실제적으로 적용해볼 수 있는 내용이다.
민준이가 달라졌다. 쉬는 시간에도 학원 숙제하느라 정신없고 수업 시간에는 생각하고 질문하는 게 딱 질색이었는데, 이제는 생각하고 질문하는 것뿐 아니라 자기 나름의 답을 찾아보는 과정이 즐겁다. 창의성 따로, 공부 따로가 아니라 결국 이게 진짜 공부 아닐까. 부모들이나 교사들이 오히려 "엉뚱한 생각 그만하고 공부나 해." 그러면서 아이들의 샘솟는 창의성을 꾹꾹 누르는 것은 아닌가. 특별히 창의성이 중시되는 시대에, 이 동화는 창의성에 대해 여러 생각의 가지를 뻗어갈 수 있게 해준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