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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 도시 ㅣ 물구나무 세상보기
안토니오 보난노 지음, 이정주 옮김 / 어린이작가정신 / 2021년 9월
평점 :
제목과 표지만으로 마음이 끌리는 그림책이다. 섬세한 펜 터치, 잔잔한 색감으로 꾸며진 그림체다. 모자 도시가 궁금하면 낡은 입체경을 들여다봐야 한다니, 문득 데이비드 위즈너의 <시간 상자>를 떠올리게 한다. 이제 더 가까이 들어가본다.
모자 도시는 바람이 가득한 곳이다. 우리말의 다른 뜻인 바람과 구별된다. 없는 걸 바라는 마음이 아니라, 무엇이든 훨훨 날려 보내는 자연 현상을 의미한다. 세찬 바람은 일상이 되어 사람들은 바람을 타고 여기저기 이동한다. 우산을 쓰고 하늘을 두둥실 날아오르는 사람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런데 아기가 혼자 공중에 떠 있는 모습은 위태롭다. 누가 아기 손을 꼭 붙잡고 있으면 좋겠는데...
바람 때문에 잃어버린 아기, 커다란 코끼리, 이런저런 물건들은 다시 찾을 수 있다. 모자 도시의 분실물 보관소를 통해서. 신기한 것은 모자다. 모자가 바람에 날리면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기 때문이다. 모자들은 어디로 간 것일까. 어느 날, 한 발명가가 잃어버린 모자들이 모여 있는 장소를 찾아 나서기로 하는데...
재미있는 모자 도시 구경을 마치면, 아이와 함께 풍성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겠다. 바람이 모자를 가져간 이유는 무엇인지, 모자 도시에서 살면 좋은 점 혹은 불편한 점이 무엇일지 등. 모자와 바람의 상징성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우리가 사는 이곳이 모자 도시일지도 모르겠다. 바람이 모든 기억을 훅 날려 보내듯이, 흘러가는 시간이 또 그러한 게 아닌가. 그런 가운데 꽉 붙들고 싶은 것, 바람 혹은 시간이 가져가지 못하게 붙잡고 싶은 그 무엇. 세찬 바람 혹은 냉정한 시간 앞에 언젠가 손을 놓을 수밖에 없더라도 현재 놓치고 싶지 않은 그 무엇.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지금 일상이 더욱 소중해진다. <모자 도시>는 어른을 위한 그림책이기도 하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