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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 위기 동식물, 무엇이 문제일까? - 인간 때문에 지구에서 자취를 감춘 동식물들 ㅣ 10대가 꼭 읽어야 할 사회·과학교양 8
이억주 지음 / 동아엠앤비 / 2021년 8월
평점 :
가족과 동물원을 둘러보던 중, 코뿔소가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는 문구를 본 적이 있다. 어, 코뿔소도? 이런 느낌이었다. 멸종 위기로 소수만 남아 있다는 동물 몇 종을 알고 있을 뿐이었다. 어쩌면 멸종 위기 동물들이, 내가 아는 범위를 훨씬 넘어설지 모르겠구나 싶었다. 관련 자료를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때는 단순 검색에 그쳤고, 이제서야 핵심 자료가 담긴 책을 보게 됐다.
<멸종 위기 동식물 무엇이 문제일까?>는 청소년 교양 시리즈 중 하나로 기획됐지만, 관련 정보가 궁금한 성인들에게도 적합한 책이다. 또한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가르쳐주고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 나눌 만한 정보가 들어 있는 책이다. 과학 분야를 전공하고 그 분야 책을 만들어온 저자는, 멸종 위기 동물뿐 아니라 식물도 다루면서 방대한 정보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책 속에는 일목요연한 설명, 해당 사진 자료, 각 장별로 생각을 확장해볼 수 있는 질문 등이 담겨 있다.
도도새는 마다가스카르공화국 모리셔스섬에서 살았는데, 알려진 지 180년 만에 멸종된다. 사냥당한 탓이다. 스페인어로 도도는 '어리석다'는 뜻이라는데, 저자 말대로 정작 어리석은 대상은 인간 같다. 인간에 대한 경계도, 무기도 없고 동작도 느린 스텔러바다소는 알려진 지 27년 만에 멸종된다. 멸종된 두 종은 외부 침입자에 재빨리 대처하지 못하고 약한 존재라는 공통점이 있었던 것일까.
이 책은 다양한 멸종 사례를 보여주는데, 일제 강점기 일본에 의해 마구잡이식 사냥이 된 한반도 남쪽의 시베리아호랑이, 운석이나 소행성 충돌설, 화산 폭발설 등 여전히 정확한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공룡의 멸종 이야기도 다룬다. 현재 지구 온난화가 심화되면, 생물종 전체의 33% 멸종도 예측되고 있다.
역사적으로 야생생물의 멸종 혹은 위기는, 식민지 개척 시기 인간의 사냥, 경작지 확장 등과 연관된다. 외래종의 도래로 기존 생물이 위협받고 생태계가 파괴되기도 한다. 가령 도깨비가지는 번식력 강한 뿌리줄기와 가시로 인해 기존 식물들의 성장을 방해한다. 가시박은 박과에 속하나 열매에 가시가 있고, 생태계를 교란하는 외래식물로 알려져 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나라와 세계 멸종 위기의 야생생물 현황을 도표와 함께 자세히 볼 수 있다. 사실 이 책에서 가장 기대한 대목이기도 하다. 동물, 식물, 해조류와 균류 등의 위기 실태를 알 수 있다. 처음에는 알고 싶은 정보 차원으로 보게 된 책인데, 광범위한 멸종 위기 상황을 읽어가면서 점점 궁금해졌다. 이렇게 속수무책 멸종을 지켜봐야 하는 것인가. 더 이상의 위기를 막는 방법은 무엇일까. 저자는 책의 마지막 장에 "멸종을 막으려면?"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공룡 멸종 틈바구니에서 오리너구리, 실러캔스, 은행나무, 메타세쿼이아가 살아남았다. 오늘날 동식물의 생존과 종족 보존을 위한 무기 및 전략도 있다. 야생생물법(야생생물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으로 야생생물을 지키고 보호하지만 국가와 지자체, 국민 모두의 보호 노력이 필요하다. 이 책에서는 우리나라의 국립생물자원관, 야생생물관리협회를 비롯해 세계자연보전연맹 등의 국제 단체도 소개한다. 저자는 천재지변으로 인한 멸종은 어쩔 수 없다 해도, 인간에 의한 다른 생명체 멸종을 우려한다. 지구는 인간의 소유가 아니고, 인간은 생태계의 한 구성원일 뿐이기에.
십대 아이들은 물론, 유아나 초등 저학년 아이들에게 기후변화와 환경 문제를 알려주거나 그들과 함께 이야기 나눌 때도, 이 책은 유용할 듯하다. 코뿔소가 등장하는 그림책을 보면서 "그거 알아? 코뿔소가 지구에서 언젠가 사라질지도 모른대." 하는 식으로 대화가 전개될 수도 있겠다. 실상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메마르고 비대한 정보가 아니라 공감과 공존의 인식이 아닐까. 생물들이 멸종 위기에 이른 이유는 결국 인간의 무분별한 사고와 행동, 근본적으로 탐욕 때문이라는 사실이, 새삼 무겁게 다가왔다. 코로나19로 인해 전 인류는 공생공멸하는 존재구나 절감하게 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