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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마음이 이런 줄 알았더라면 - 속으로 울고 있는 내 아이를 위한 거울부모 솔루션 10
권수영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7월
평점 :
한때 자녀 양육서를 잔뜩 쌓아놓고 읽은 적이 있다. 아이를 직접 키우기 전에 미리 준비하자, 머릿속에 가득 채워넣자 하는 마음으로. 지인의 세 살 아이가 뭔가를 집어던지는 것을 보고 놀란 일이 계기였던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식사하는 자리에서 그런 모습을 보이는데도, 아이를 제어하기는커녕 요즘 일상이라며 웃어넘기는 부모들에게 더 놀랐다. 아이도 없던 때였는데 집에 돌아오자마자 검색을 해보고 관련된 책도 찾아봤다. 그럴 때는 부모가 어떻게 대처하는 게 맞는지, 나라면 어떻게 할까 하고 생각해보면서 자녀 양육서를 읽는 게 의미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머릿속에 채웠던 세부 내용들은 희미해지고 "아이를 작은 어른, 인격체로 대하자", "아이의 몸과 마음 상태를 세심히 관찰하자" 등의 핵심만 남긴 채, 내 아이를 하루하루 새롭게 만나는 날들이 펼쳐지고 있다. 내 아이의 마음을 더 잘 알아가고 싶어서 <아이 마음이 이런 줄 알았더라면>이라는 책 제목에 끌렸다. '더 안아주기'의 개념이 눈물 나게 와닿았던 <치유하는 인간>의 저자라서 더 읽고 싶은 자녀 양육서다. 참고로, 이 책은 <공감육아>(2013)의 개정증보판이다.
이 책은 '미러링'(mirroring)의 개념을 전제로 시작한다. 그것은 아이 마음을 거울처럼 반영해주는 일이다. 저자는 아이에게 행복한 자화상을 선물하는 좋은 부모를, 미러링을 잘하는 '거울부모'(mirroring parents)라 칭한다. 한마디로 "거울부모란 자녀의 숨겨진 감정에 주목하고, 자녀의 장점을 밝게 비추고 조명할 줄 아는 부모"(8쪽)다. 이 책의 여러 사례, 대화를 보면서, 스스로 거울부모인지 아닌지 자기점검을 해볼 수 있다.
-아이: 숙제가 너무 많아서 힘들어.
-부모(1): 너만 숙제하는 것 아니잖니. 다른 아이들도 그렇게 불평하니?
-부모(2): 숙제가 많아서 다 못할까봐 부담스럽고 버거운 거구나, 우리 딸.
(166쪽)
부모(1)처럼 답변한다면, 더 이상 대화는 이어지지 않거나 아이가 "알았어요. 앞으로 찍소리하지 않을게요" 식으로 말을 끝내고 만다. 부모(2), 곧 거울부모는 아이의 감정언어를 다르게 표현하면서 아이 감정을 비춘다. 마음의 문을 열게 된 아이는 침울하고 부정적인 자기 모습을 거두게 된다. 이로써 거울부모가 된다는 것은 아이와의 소통과 교감 차원을 넘어, 아이의 자아상까지 영향을 미치는 듯하다.
이 책은 거울부모가 되기 위한 단계를 열 가지로 보여준다. 첫 단계는 아이들과 가슴높이를 맞추는 것이다. 아이들의 감정에 머물러 마음속 깊은 곳을 느껴봐야 한다. 그래야 따뜻하게 보듬는 공감의 말이 나온다. 이 책에서는 아이 고민에 대한 부모의 같잖은 대답과 가슴높이를 맞추는 대답을 비교해서 보여준다. 세부적으로는 머리높이, 눈높이, 가슴높이의 대화를 제시한다. 저자는 눈높이에 맞추는 것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한다. 실제 예를 보자. 부모가 스마트폰만 보고 있는 자녀에게 하는 말들이다.
-머리높이: 너 몇 시간째야? 이제 그만 봤으면 좋겠어.
-눈높이: 너무 재미있어서 숙제, 학원 생각도 안 해서 좋지? 그래도 네가 알아서 그만 보면 좋겠어.
-가슴높이: 엄청 재미있나 보네. 그만 보라고 하면 속상하고 화나겠지? 계속 그것만 보다가 숙제할 시간이 없어 짜증날 텐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
(32쪽. 대사가 길어 압축, 변형해봤다.)
거울부모가 되기 위한 다음 단계는 착한 아이에 대한 환상을 버리는 것이다. 어른들이 아이들을 보고 버릇없다, 말대꾸한다는 개념부터 재고해보게 된다. '왜'가 아닌 '무엇'을 물어야 한다는 미묘한 차이도 수긍해본다. 학교 가기 싫다는 아이에게 "도대체 왜 가기 싫어?"라고 묻는 것은 아이에게 "그러면 안 돼"라고 야단치는 것으로 들리는 반면, 아이 내면의 욕구와 감정에 다가가는 말은 다음과 같다.
"우리 딸이 학교에 가기 싫은 무슨 이유가 있는 모양이구나. 그럼, 학교에 안 가면 뭘 하고 싶니?"(44쪽)
이 책에는 거울부모가 되기 위한 여러 단계로, 아이의 감정을 읽어줌으로써 자존감을 높이는 대화법, "구나(관찰), 바라고(욕구), 느꼈나 보다(느낌)"를 활용한 실제적인 공감 연습, 아이의 문제행동 이면의 숨은 이유와 감정을 들여다보기, 칭찬보다 공감을 우선시하기, 판단을 중지하고 욕구를 탐색하는 거울 되기, 감정단어를 많이 확보하여 아이에게 공감 표현하기, 거울부모 서약서를 작성하고 매일 연습하기 등이 나와 있다.
"아이가 지하실에 부모 몰래 숨긴 감정이 많으면, 지하실에 자신만의 거울이 생긴다."(136쪽)
마음속 지하실, 먼지 낀 거울에 비친 아이의 모습이라니! 뭔가 경각심을 주는 표현이다. 자녀가 왜곡되고 암울한 자신만의 거울을 가지게 된다면, 그것은 슬프고 안타까운 일이고 분명히 그 책임은 부모에게 있을 것이다. 자녀가 하는 말에 부모로서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는 일상이 쌓인다면, 자녀는 부모 앞에서 말문뿐 아니라 마음의 문도 닫아버릴 터이다. 저자는 거울에 비친 왜곡된 모습을 지우도록 돕는 사람도 부모라고 강조한다.
"진정한 거울부모는 자기 아이의 가슴뿐 아니라 아이 주위의 친구들과 타인까지도 비출 수 있어야 한다."(186쪽)
이 표현을 보면서, 거울부모가 된다는 것은 성숙한 어른이 되는 것과 동등한 과정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거울부모가 되기 위한 단계를 모두 서술한 후에, 구체적인 상담 사례를 담았다. 병원 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아이, 따돌림을 당하는 것 같은 아이, 스마트폰 게임에 중독된 아이 등 열한 가지 사례에 해당하는 공감의 대화를 자세히 소개해준다.
이 책은 자주 등장하는 개념인 '공감'의 의미를 풀이하는데, 저자의 다른 책인 <치유하는 인간>에도 서술된 개념이다. '공감'(empathy)의 어원을 보면 '고통 안으로'(into suffering)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는 것. 길을 가다가 웅덩이에 빠진 사람을 봤을 때, 그를 구하기 위해 손을 내민다면 '동정심'(sympathy)이지만, 공감은 웅덩이 안으로 내려가 그 바닥에서 함께 우는 적극적인 감정이입이다. 웅덩이든, 지하실이든, 저자가 비유하는 의미는 고통스러운 내면 세계다.
이처럼 '공감'을 저자의 의미로 수용했을 때, 굉장히 낯설고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가볍게 혹은 함부로 누군가에게 "공감해요"라는 말을 할 수 없을 만큼, 깊은 이해의 경지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공감의 중요성을 깨닫고 아이에게도 잘 적용하고 있다고 여겼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 경계하게 된다. 내 기준의 공감이 아니었을까. 아이 입장을 생각한 공감의 말이었을까.
진정한 '거울부모'가 되고 싶다면, 아이와 '공감'의 대화를 제대로 나누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봐야 한다. 특히 유아기 자녀를 둔 부모가 읽으면 좋을 듯하다. 아이의 마음속 지하실에 부정적인 생각과 느낌이 쌓이는 일 없이, 밝은 조명으로 비추는 부모의 거울 역할이 너무도 중요한 첫 시기이기에... 공감은 머리가 아니라 마음으로 하는 것, 그것도 내 마음이 아니라 아이의 마음에 머물며 더 깊이 들어가보는 것. 그 의미를 되새겨본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