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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 있는 교육 - 다시 쓰는 교육, 지속가능한 교육 공동체
윤은성 지음 / 미디어샘 / 2021년 8월
평점 :
아직 학부모가 되지는 않았지만, 오래전부터 막연한 걱정을 품고 있었다. 현재 학교 교육 현장 속으로 아이를 보내도 괜찮을까. 돌아보면 조용히 순응하며 지내온 학창 시절이지만, 마음이 많이 갑갑하고 숨막혔던 시간들이다. 부모님이나 선생님들의 강요보다는 스스로 만든 굴레 탓이 컸지만, 나에게 '대학 입시'가 주는 압박감은 왜 그토록 지독했을까 싶다.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면?"이라는 가정이 무의미하기에, 미래의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아이에게 학교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지인의 아이가 어깨동무대안학교에 다닌다고 했다. 네트워크로 전국에 여러 학교가 있다는 사실에 놀랐고, 구체적으로 어떤 교육 철학을 담은 학교일지 궁금했다. <쓸모 있는 교육>이라는 제목보다는, 그곳의 윤은성 교장이 저자라서 읽고 싶었던 책이다. 차례 구성을 보자, 반복되는 '다시'에 눈길이 간다. 이 책은 크게 '다시 묻다, 다시 고민하다, 다시 시작하다, 다시 그리다, 다시 세우다, 다시 쓰다'로 나누어져 있다. 그래, 다시 살펴보자! 이런 마음이 든다. 이미 안다고 생각하고 변하지 않는다고 단정해버린, 대한민국 교육 현실에 대한 나의 굳어진 마음부터 깨고, 책 속으로 들어가본다.
'다시 묻다'에서 저자는 항상 되물어야 할 질문들을 던진다. 교육이란 무엇인가. 저자는 "교육은 한 사람이 자신을 세울 뿐 아니라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 수 있도록 돕는 과정"(21쪽)이라는 정의를 일깨운다. 그런 교육에서는 등수나 등급이 아니라 삶을 이야기하고 삶을 꿈꾸게 한다. 가치에 따른 우선순위를 재정립해야 한다. 학벌이나 학위보다 자아실현과 인간다움, 취업과 연봉보다 자기다움과 꿈을 사는 인생이 더 우선이어야 한다. 그런 가치 기준으로 교육 목표를 정해야 한다. 더구나 코로나19로 인해 기존의 모든 교육 방식에서 벗어난 혁신이 필요하게 됐다. 1장에서 저자가 던지는 궁극적인 질문은 다음 한 가지다. 학교는 왜 필요한가?
'다시 고민하다'에서 저자는 항상 확인해야 하는 본질들을 말한다.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교육을 회복하자. 저자는 학교보다 학생, 건물보다 사람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어깨동무대안학교는 건물이 없다. 저자에 따르면 "학교는 진정한 스승과 제자의 만남이 이루어지고 동기와의 끈끈한 우정과 평생을 이어갈 공동체 의식이 만들어지는 현장"(55쪽)이어야 한다. 인생에는 정답이 없지만 정답이 있다면 나의 답을 찾는 것이라는 말이 마음에 와닿는다. 그렇다면 학교는 나를 찾고 나의 길을 찾는 데 도움을 주는 곳이어야 할 텐데, 이후 책 내용은 그 구체적인 모습을 담아낸 것이다.
저자는 교육의 기초라 할 수 있는 바른 인성 교육을 강조한다. 인성과 실력을 두루 갖춘 온전한 교육이 되려면 가정과 학교가 함께 협력해야 한다. 대다수 대안학교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부모 교육이란다. 인성 교육은 프로그램으로 완성되지 않고 교사의 역할이 중요한데, 교사는 학생들 개개인에게 맞는 조언자로, 아이들의 인성 지킴이로 애써주어야 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어깨동무대안학교의 교육 철학을 자세히 담고 있다. 어깨동무는 파트너십, 협업, 우정, 네트워크를 의미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교육 철학은 청정교육(CLEAN Education)이다. 다섯 가지로 세분화하면, Community(공동체), Leadership(리더십), Experience(경험), Accelerated(가속화), Nature(자연)이다. '가속화'의 개념은 학생 하나하나가 자기만의 속도로 달릴 수 있게 하는 교육을 의미한다. 한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이라는 선포가 특별하게 다가온다.
저자는 어깨동무대안학교의 청정교육이 따라갈 모델로 서당을 꼽는다. 서당은 학습과 관계성의 공동체다. 개별화 교육을 실시하고, 인성과 실력을 모두 중시한다. 어깨동무대안학교에서는 동서양의 고전 교육을 필수로 삼고, 읽기와 생각하기, 쓰기와 말하기의 네 가지 공부를 기본 바탕으로 한다. 단순히 학교 교과목을 따라가는 공부가 아니라, 진짜 공부란 무엇인지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교육의 문제점은 '생각하기'를 간과한 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 이 부분을 더욱 주의 깊게 살펴봤다.
책 제목 <쓸모 있는 교육>의 의미가 무엇일까. 저자는 앞서 언급한 청정교육 철학, 네 가지 공부의 기초를 토대로 "모두가 가는 길이 아닌 내가 가야 하는 길로 가도록 돕는 교육"(237쪽)을 쓸모 있는 교육이라고 말한다. 모든 나를 나답게 살도록 하는 게 쓸모 있는 교육이다. 저자는 마무리 장인 '다시 쓰다'에서 항상 기억하고 싶은 마음들을 담는다. 학교 운영자들, 부모들, 교사들, 학생들에게 각각 전하는 당부를 덧붙인다. 에필로그에서 저자가 꿈꾸어온 교육이 여운처럼 남는다. 삶을 위한,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 모든 것으로부터 배우는, 스스로 미래를 창조해 나가도록 돕는 교육.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것이 변했지만 교육 현장 또한 변화의 파도에 휩쓸렸다. 온라인 교육이 단지 팬데믹 시기뿐 아니라 앞으로도, 또한 전 세계적으로 자연스러워진다면, 과연 학교의 존재 이유는 뭘까. 이 책은 이런 질문에 대한 답변이기도 하다. 인성 교육에서 가정, 부모의 중요성을 강조한 대목도 공감하며 읽었다. '청정교육'으로 표방된 교육 철학과 네 가지 공부의 기초 부분을 보며, 소위 '혁신'을 내세우는 교육 정책 혹은 프로그램의 밑거름은 결국 올바른 방향성과 삶을 통찰하는 공부여야 한다는 진리를 일깨운다. 대안학교에 관심이 있든, 공교육 안에서 변화를 꾀하든 이 책은 부모를 비롯한 교육 종사자들 모두 읽어볼 책이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