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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바쁜 아이 ㅣ 올리 그림책 5
안드레 카힐류 지음, 이현아 옮김 / 올리 / 2021년 7월
평점 :
그림책 제목과 표지만으로 어떤 내용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런데 어떤 그림들로 채워갈지 궁금했고, 다른 것에 눈길을 주지 않고 하나만 바라보는 저 아이는 과연 그림책 말미에 어떤 모습일지도 알고 싶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최근에 부쩍 휴대전화를 손에 쥐게 되면 꽤 오래 붙들고 싶어하는 아이와 함께 읽고 싶었다.
먹는 것에 관심이 없는 아이가 있다. 팔을 길게 뻗어 아이스크림을 건네는 할머니의 손길마저 무색해진다. 아이는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오직 휴대전화 화면만 보며 걷는다. 한 마리가 아니라 강아지가 우르르 따라와도 모를 정도다. 코끼리의 긴 코, 기린의 긴 목, 돌고래들의 노래, 해적들의 소란조차 관심 밖이다. 다정하게 안아주려는 곰도, 폭풍우나 아픈 상황마저 아이의 관심을 돌릴 수는 없다. 우주 한복판으로 이끌렸다가 다시 지구로 돌아오는 여정 중에도, 아이 눈에 보이는 것은 오직 휴대전화 속 세상이다. 서커스 텐트 위로 폴짝, 이후 제 길을 가고 롤러코스터 안에 있어도 사람들 비명에도 상관없이 자기 것만 본다. 그러다가 빙글빙글 돌던 롤러코스터가 휙 방향을 바꾸는 순간, 와장창 휴대전화가 부서지고 만다. 슬픈 표정의 아이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바뀌게 될까.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확실하고 분명하게 드러나는 그림들이다. 한결같이 동일한 표정으로 한곳만 바라보던 아이와 달리, 주변 환경은 다채롭게 펼쳐진다. 그 대조가 흥미롭다. 아이 눈이 바쁘게 돌아가는 모습, 롤러코스터의 역동성과 사람들의 공포가 실감나게 느껴지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일상의 공간을 넘어 우주까지 확장된 여정도 재미있었다. 각 장면마다 아이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부분도 많다. 특히 길을 걸을 때 강아지가 떼로 몰려와도 모르거나 해적들의 소란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은 많이 위험하다고 부연해줄 수 있겠다. 사실 현실적인 위험 상황은 신호등을 건널 때나 신호등이 없는 건널목을 지나게 될 때가 아닌가. 요즘은 어린이보호구역이나 아파트 단지 안에서, 또한 주차장 안에서도 부주의하게 운전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더 우려스럽다.
사실 <눈이 바쁜 아이>라고 했지만 '아이' 대신 어른들의 모습을 투영해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휴대전화로 대변되는 다양한 전자기기에 몰두하는 시간에, 우리는 우리 주변의 많은 것들을 얼마나 놓치고 살아가는 것일까. 아이에게는 휴대전화를 손에 쥐게 하는 것을 최소의 시간으로 제한하면서, 정작 나는 어떠한가. 이 그림책은 눈이 바쁜 나를 돌아보는 계기도 된다. 나부터 잘하자고 결심해본다. 혹시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에도 휴대전화가 방해물이 된 적은 없었는지 돌이켜본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