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장마르크의 등반행은 지속된다. 위험천만한 낙석 사고, 원자력 발전소 건설 반대 시위 참여, <돼지 에드몽> 출간과 다시 시작된 등반, 그리고 만화가로 새롭게 열리는 길... 이 모든 과정은 장마르크가 20대 초반에 겪은 일들이다. 그에게 산과 그림은 매순간 삶의 버팀목 같아 보였다. 에필로그에서, 40년간 등반을 하지 않던 그가 최근 에크랑 산군의 힘든 등반을 하고 난 후, 함께한 동료에게 이렇게 말한다.
"그래, 살아 있네! 이렇게 살아 있다는 걸 느껴본 게 얼마만인지! (...) 정말 멋진 건, 모든 감각이 돌아왔다는 거야. 마치 어제 일처럼!"(295쪽)
이 책을 통해, 알피니스트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었다. 험한 곳을 오르는 투지와 집념이 대단하구나 싶었다. 그 과정에서 심한 부상을 당하기도 하고, 동료를 잃기도 하며, 자신의 목숨이 위태롭기도 한다. 어려운 루트를 통과했거나 새로운 루트를 발견한 사람의 이름이 명예롭게 거론되고, 전문 산악인이나 가이드를 꿈꾸거나, 장마르크처럼 마음속에 늘 산을 품고 산다.
이 책은 알피니즘을 담은 내용일 뿐 아니라, 가슴 두근거리는 자신의 꿈을 찾아 방황하고 때로는 좌절하다가 끝내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가는 청년의 이야기로 읽을 수도 있다. 현재 60대인 장마르크가 여전히 산과 그림을 삶의 버팀목으로 삼는 것처럼, 나이와 상관없이 나를 설레게 하고 버티게 해주는 그 무언가는 늘 필요할 것이다. 그게 무엇인지 독자들로 하여금 떠올리게 만드는 그래픽 노블이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