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의 삶과 작품세계
조주희 지음 / 북스타(Bookstar)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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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의 명성과 인기에 비추어 정작 그의 작품을 많이 읽지 못했다. 신간이 나올 때마다 꼭 읽어볼 책 리스트에 담아놓고서 차일피일 미루어왔던 듯하다. 이번에 작가의 삶과 작품세계를 집대성한 이 책이 출간된 계기로, 그동안 읽지 못했던 그의 작품들을 찾아 읽어볼 요량이다.

저자는 '책머리에' 편에서 하루키 평전이 국내 첫 출간이 아니라고 밝히지만, <하루키 하루키>의 경우 히라노 요시노부의 책을 번역, 출간한 것이니 국내 저자가 쓴 하루키 평전은 이 책이 처음이 아닌가. 이 책은 하루키의 70년 인생(1949년생)을 살피는 1부, 대표작 열네 편을 발췌해 스토리를 담은 2부로 구성된다. 부록 개념의 3부는 하루키 연보를 첨가하고 있다.

외동아들로 태어난 하루키는 두세 살 때 물에 빠져 죽을 뻔한 경험을 하고, 여섯 살 때는 친구가 익사한 사건을 겪는다. 국어 교사이자 책을 좋아했던 아버지 덕분에, 하루키는 독서를 좋아하는 소년으로 성장한다. 이 책에는 여름 풍경에 관한 정형시를 비롯해 폭포를 그리거나 죽음을 숙고한 초등학생 하루키의 글이 실려 있다. 문학적 감수성은 이때부터 키워진 셈인가.

그는 세상이 좋아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기에 아이를 가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아이가 없다. 이 책에는 아버지와의 관계가 자주 언급되는데, 아버지의 전쟁 트라우마, 하루키의 반항, 아버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고통 등을 들여다볼 수 있다. 고등학교 때 재즈에 심취하고 학교 신문위원회에서 활약한 이야기, 아내 요코와 만 22세에 결혼한 에피소드, 재즈카페 개업, 야구 관전 중 갑자기 소설을 쓰겠다고 결심했다는 내용이 이어진다. 그렇게 해서 나온 작품이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다. 당시 심사평과 문단 분위기도 엿볼 수 있다.

이후 전업작가로 나서면서 그는 작품 집필에 몰두하는데, 이 책은 여러 작품 출간의 비하인드 스토리, 각 작품이 가지는 의미, 그의 일상을 폭넓게 다룬다. 당시 문단의 냉랭하고 비판적인 반응도 덧붙이는데, 이는 그의 작품을 순수문학과 대비되는 대중문학으로 규정 지은 데 기인한다. 그는 2006년 프란츠 카프카상을 수상한 이후 매년 노벨문학상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저자는 그가 노벨상을 받지 못하는 이유를, 그의 작품이 통속 소설로 취급되기 때문이라고 본다.

저자는 하루키의 작품 열네 편을, 발행일부터 장르, 수상 내역, 등장 인물과 줄거리 등으로 일목요연하게 서술한다. 그의 전 작품을 시간 순서로 간략하게 읽어갈 수 있어서 유익하고, 앞서 작가의 삶과 어우러져 작품이 나온 배경이 어떠했는지, 그 내용을 떠올리면서 읽으면 더욱 흥미롭다.

이 책의 표지만 봤을 때는 문학 논문인가 할 정도로 전문적이고 학술적인 책인가 싶었는데, 저자가 서두에 밝힌 대로 전반적인 내용이 쉽고 평이하게 쓰여 있어서 재미있게 읽어갈 수 있었다. 이미 읽었던 하루키 작품을 포함해서, 그의 데뷔작부터 차근차근 읽고 싶어졌다. 하루키의 팬이라면 소장용 책이 될 것이고, 나처럼 담담하게 바라보며 몇 작품 읽은 정도의 독자에게는 작가와 작품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킬 책이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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