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게임한다 고로 존재한다 자음과모음 청소년인문 21
이동은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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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카르트의 명제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를 '게임'에 적용시킨 제목이 인상적이다. '청소년을 위한 게임 인문학 수업'이라는 부제에 걸맞기도 하고, 게임에 대한 옹호, 호감의 표출인 듯하다. 저자는 게임스토리텔링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미디어기술콘텐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자는 청소년들이 게임의 노예가 아닌 진정한 주인이기를 당부한다.

게임을 잘 알고 좋아한다면, 이 책이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특히 청소년을 대상으로 쓴 책인데, 게임을 많이 하는 청소년들에게 이 책은 어떤 재미를 가져다줄까. 나의 경우는 게임을 잘 알지도 못하고 그리 좋아하지도 않지만, 게임을 인문학적으로 풀어갈 내용이 궁금했다. 지인의 추천으로 앱을 통해 게임을 해본 적이 있다. 그런데 너무 중독 수준이 되는 것 같아 그만두었다. 실상 중독될까 봐, 일부러 피해온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읽음으로써, 당장은 아니지만 언젠가 게임의 세계를 알게 될 아이에게, 적어도 편견 없이, 유의미하게 게임에 대한 얘기를 할 수 있기를 바란다.

문화인류학자 요한 하위징아는 "호모 루덴스" 곧 놀이하는 인간을 말한 바 있다. 저자는 그가 말하는 '놀이'에 '게임'을 넣어도 무방한 여섯 가지 특성을 열거하는데, 이는 한 단어 "매직서클"로 압축된다. 영화 <어벤져스>에 나오는 원형 경계처럼, 그 안에서 플레이어는 자유롭지만 동시에 진지하게 미션을 클리어한다.

게임이 쓸모없다는 인식은 어디서 기인할까. 허구 세계를 부정적으로 보거나 리얼리즘 사고로 재단하기 때문인데, 저자는 게임 플레이를 "예술을 경험하는 가치 있는 활동"이라고 말한다. 우리나라에서 1990년 이후 태어난 세대를 게임 제너레이션이라 부를 수 있는데, 저자는 연령으로 게임 세대를 한정하지 않고 적극성 발휘, 즉각적인 피드백과 분명한 보상 시스템에 익숙한 점을 특징으로 삼는다.

이 책은 최초의 게임부터 상업적인 게임기, '목숨' 개념의 등장, 어드벤처 게임까지, 게임의 역사를 담고 있다. 게임의 장르는 언제나 진화하고 있고, 게임 타이틀이 장르가 되기도 한다. 한편 합리주의와 과학적 사고가 팽배했던 시대에는 신화가 천대받다가 21세기에 재평가되고, 인류의 문화적 토대와 상징의 원천으로서 게임과 연결된다.

저자는 미하일 칙센트미하이가 언급했던 '몰입'의 조건을 게임에 적용한다. 또한 데니스 와스컬이 말하는 게임할 때의 세 정체성, 퍼슨과 페르소나, 플레이어의 관계와 그에 따른 구분을 강조한다. 리처드 바틀이 분석한 게임 플레이어의 네 유형을 적용해보라고 제안하기도 한다.

게임에서 죽는 것은 새로운 시작의 기회이고 의미 있는 서사를 만드는 행위다. 이 책에서 "실패의 수사학" 개념이 인상적이다. 그 뜻은 플레이어가 성공할 수 없는 게임을 통해 개발자의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게임의 원리다. 실패로 깨달음을 준다는 것이다. 오늘날은 증강현실 기술을 이용한 게임이 자연스러워진 시대다. 앞으로는 게임 세계에서 현실 세계처럼 경제, 교육, 정치, 사회 활동도 가능한 메타버스가 열릴 전망이다. 게임은 더 이상 유희적 활동에 머물지 않고 미래 세계의 기반이 되기에, 게임에 대한 새로운 통찰이 필요하다.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에서 게임 세계가 현실 세계와 혼재된 모습도 떠오르면서, 게임은 어쩌면 새로운 기술에 가까울 수도 있겠구나 싶다. 기존의 프레임을 깨고 계속 발전하는 형태로 보는 관점도 필요하지 않을까. 지나친 몰입으로 게임에 빠져드는 아이들에게는 앞서 언급한 세 가지 정체성 구분을 알려줄 필요가 있겠다. 어쩌면 우리 각자 몰입하는 것, 재미를 추구하는 게 다를 뿐인데 청소년들의 게임을 유독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데, 어른들도 한 번쯤 재고할 필요가 있겠다. 이 책으로 게임에 대한 인문학적 고찰을 해보면서 말이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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