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선진국이라는 착각
유영수 지음 / 휴머니스트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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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안의 일본'을 알기 위해 저자는 근현대 일본을 파헤친다. 현재 일본은 선진국이 아니며, '압축 근대화의 후유증'은 일본 시스템을 답습해온 우리의 문제이기도 하다. 저자는 SBS 기자로 일본의 한 대학에서 방문연구원으로, 도쿄 특파원으로 활동했고, 전공인 심리학을 기반 삼아 일본인의 심리를 분석한 책을 펴낸 바 있다. 이 책에서는 일본의 법과 사회, 정치, 경제, 문화 등이 폭넓게 다루어진다.

일본에는 수사기관을 검증하는 공적 독립기관이나 인권 보호를 위한 전문 기관이 없다. 1920년대 특정한 검찰 인맥인 '검벌'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한 이래, 현재 일본의 검찰권은 검사를 위한 권력일 뿐이다. 헌법재판소가 없는 일본은 개인 인권보다 국가 이익을 중시하고 국민 위에 군림하는 관치주의가 강하다. 일본의 엄격한 가부장적 사회, 낮은 젠더 감수성은 '미투'로 피해 사실을 폭로한 당사자가 오히려 협박과 비난에 시달리는 분위기와 맞닿아 있다. 일본의 여성정책의 문제점을 들여다보며, 우리의 그것도 겹쳐볼 수밖에 없다.

일본인의 특성을 여러 맥락에서 접근해볼 수 있는데, 저자는 일본 사회가 추구하는 일본인이란 집단에 무난하게 녹아드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고립된 개인을 허용하되 집단질서를 깨는 자유롭고 독립적인 개인은 배척된다. 교육기본법에도 국가주의 색채가 강하고, 자발적인 사회운동이 국가 주도의 흐름으로 흡수되는 식이다. 저자는 일본이 '종전 기념일'에 피해자 일본만 되씹고 젊은 세대는 '사죄 피로감'으로 가득하다고 지적한다. 우리 현대사와 얽힌 문제를 풀어가려면, 일본에 대해 제대로 알아갈 필요가 있겠다.

일본 영화 <어느 가족>이 2019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았을 당시, 아베 전 총리는 냉담했고 우익은 비난 일색이었다. 그 이유는 사회안전망이 무너진 일본을 그려서다. 코로나19 대응에서도 보여주었듯, 현재 일본의 공공의료체계는 취약, 붕괴 수준이다. 일본 경제도 세계경쟁력에서 점차 밀려나는 추세다. 이 책에서는 지난 30년에 걸친 일본 경제 현황을 구체적으로 서술한다. 저자는 새로운 시도보다 안전한 흥행이 확보된 일본 영화계의 선택, '일드'의 쇠퇴, 일본 서점가의 혐한, 혐중 서적 코너 등을 소개한다. 특히 이 책을 통해 그 정서의 뿌리인 일본의 인종주의와 차별의 역사를 살필 수 있었다.

일본을 제대로 알고 우리 안의 잔재, 털어낼 부분을 발견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는 책이다. 일본 근현대 모습을 조망하며, 동시에 우리 사회를 성찰하게 되는 책이기도 하다. 우리는 일본이 번역한 서구를 다시 번역했다는 저자의 표현이 인상적이다. 좋든 싫든 '우리 안의 일본'을 탐색하는 일은 필수 과제일 터이고, 이 책이 하나의 가이드가 될 것이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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