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로비스트 그들은 우리를 어떻게 세뇌하는가 - 2021 세종도서 교양부문
스테판 오렐 지음, 이나래 옮김 / 돌배나무 / 2021년 5월
평점 :
이 책의 원제는 <LOBBYTOMIE>(로비토미)로, 본문에서 "권력자들에게 이해 문제를 진정하거나 탄원하는 일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 lobby(로비)와 lobotomie(로보토미, 뇌엽절제술)의 합성어"라고 그 뜻풀이가 나온다. 저자는 <르몽드> 기자로서, 몬산토 관련 보도로 유럽 언론상을 받은 바 있다.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로비활동을 하는 여러 기업명을 명시하기도 한다.
1920년 초 PR(홍보)의 탄생 이후 '과학'이라는 이름과 근거로 기업들의 잇속 챙기는 일이 정당화됐다. 과연 그 근거가 타당한지는 의문이다. 1953년 한 과학자가 담배의 폐암유발과 관련한 실험으로, 담배 연소생성물인 타르가 쥐에게 암을 유발한다는 결과를 내놓지만, 미국 담배 제조업체들은 성명서를 발표하여 담배 유해성 논란을 의도한다. 그들에게는 "의혹이야말로 대중의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는 수많은 사실과 정보에 맞서 경쟁하기 위한 최선의 수단"(41쪽)인 셈이다.
이러한 의혹은 엄연한 팩트에 재 뿌리기처럼 오늘날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부분이 아닐까. 내분비계 교란물질의 위험성에 대한 과학적 합의가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전문 학술지에 '내분비계 교란물질, 진실 혹은 도시전설?'이라는 제목의 연구논문이 실렸다고 한다.
설탕산업은 설탕 섭취량을 제한하는 대신, 설탕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는 공중보건 조치로 관심을 돌린다. 효소를 이용한 치태 줄이기, 충치예방백신 개발 등의 연구를 지원한다. 1971년 미국의 충치 박멸 사업 안에는 정작 설탕 섭취량 제한 조치는 들어 있지 않다. 설탕 로비단체가 구강위생 최우선 과제를 뒷전으로 밀어낸 것이다. 공중보건 및 환경 문제에 관한 결정 과정에는 기업, 과학자, 공권력이 관여하는데, 기업 입장에서 과학계, 정책결정자와의 원활한 관계는 필수다. 1967년 권위 있는 의학저널에 한 연구 결과가 실리는데, 그 메시지는 설탕은 무죄, 우리 적은 지방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시장판매허가 또는 제품 승인을 받는 것, 당국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기업의 연구를 문제 삼는다. 의약품이나 건강제품, 농약이나 대부분의 화학물질 모두 임상시험을 비롯한 여러 실험을 통해 유해성을 살피고 부작용이 없거나 위험이 없다는 것을 정부 당국에 증명해야 한다. 저자는 승인 받기 위한 데이터, 미리 정해져 있는 연구를 학술과학과 구별해 규제과학, 후원과학, 특례과학이라 이름붙인다. 기업이 과학을 만들고 (그들이 '쓰레기'라고 오명 붙였지만 실상 기업에 불이익을 주는 결과물을 내는) 과학에 당하지 않기 위해 과학을 포획하는 현실을 지적한다.
이 책은 로비스트가 사람들을 세뇌하고 사회 전체를 장악해가는 방식을 굉장히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몬산토 페이퍼'처럼 실제 소송에서 거론된 문건 등 여러 자료와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기업이 과학을 포획하는 이유는 불편한 진실을 감추어 '비즈니스'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궁극적으로 '로비토미'는 "프로파간다와 로비로 인해 '뇌 개조 수술을 당한' 공직자들이 자신들의 특권과 우리 사회를 산업 및 상업 복합체의 손아귀에 넘겨준 시스템"(426쪽)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 시스템이 어떤 과정을 거쳐 작동하는지, 이 책이 낱낱이 공개하고 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우리는 무엇이 진실인지 아닌지도 모른 채 살아가고 있다. 문제는 로비스트의 세뇌와 장악 방식이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라 바로 우리 삶과 생명에 직결된다는 것이 아닌가. 영양학자들을 후원해온 기업들에 의해 내놓은 연구 결과란, 과연 어디까지 믿을 만한가. 생명을 위협하는 유해 물질들에 대한 논란, 이해 충돌이라는 말은 언제까지 계속되어야 할까. 논점을 흐리고 진실을 가로막는 말들, 기업의 이익을 가져다주는 그들만의 과학적 근거 등, 이 책에서 실제 사례를 통한 로비스트의 공작 실태를 볼 수 있다. 로비 활동을 해온 거대 기업이야말로 우리 사회를 움직여온 빅브라더가 아닌가 하는 우려를 해보게 된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