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 하이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86
탁경은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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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느낌이 발랄하고 청량하다. 러닝 크루 '러닝 하이'에서 만난 고등학생 하빈과 중학생 민희 이야기다. 청소년문학 신간을 반드시 찾아서 읽는 편은 아니지만, 달리기를 소재 삼은 이 책은 꼭 읽고 싶었다. 달리기가 인생에 비유되어 전달되는 메시지는 언제나 옳다고 믿기에. 지금 내가 무작정 달리고 싶은 심정이라서, 이 책에 끌렸을까.

하빈과 민희, 둘이 서로 화자가 되어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이다. 자신감 넘치고 밝은 기운을 가진 하빈은, 자기 표현을 잘 안 하고 주눅 든 모습의 민희에게 솔직하면서 다정하게 다가간다. '러닝 하이'의 멘토로서, 학교 선배로서, 나중에는 언니로서. 민희는 하빈 덕분에 버겁게만 느껴지던 달리기가 가벼워지고, 자기가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도 알게 됐으며, 억누르기만 하던 감정 표출과 사과하는 법도 배웠다. 자발적으로 자기 혀의 비밀을 공개할 정도에 이른다. 자신의 장점을 단점이라 여기고 꾹꾹 눌러오다가 자신을 재발견하게 된 민희를 응원한다.

하빈도 민희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더 멋진 언니의 모습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민희가 자기 감정에 못 이겨 애꿎은 하빈에게 화풀이하듯 쏘아붙였을 때조차, 하빈은 황당하고 서운했지만 이내 민희의 말 속에서 과잉 감정을 걷어내고 자기가 돌아볼 구석을 찾아낸다. 그리고 민희를 찾아가 오히려 사과한다. 이렇게 멋진 고딩 휴학생이라니!

하빈과 민희 모두 달리기를 시작한 계기가 각자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 때문이다. '러닝 하이'에서 하빈이 의지하는 취준생 언니들도 마찬가지다. 이유와 심정은 제각각이었지만 모두 달리기로 즐거워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사는 게 힘드니까 뛰고, 뛰면서 힘든데 견딜 만하다. 가뿐해지고 생글거리게 된다. 혼자 달리면서, 또한 함께 달리면서.

달리기의 상징성이 그렇듯 나만의 속도로 내 길을 간다는 의미를 되새길 수 있어서 좋다. 그러면서 함께한다는 의미, 교감하면서 성장한다는 의미도 얹어주는 소설이었다. 힘들면 걸어도 돼. 진짜 나다움을 발견하기 위해 쉴 수도 있어. 이런 말들도 소설 행간에서 들려온다.

하빈이 민희에게, 언니들이 하빈이에게, 오빠와 엄마가 하빈이에게 건네는 따뜻한 말들 속에서, 슬쩍 눈물도 맺힌다. 똑소리 나는 말들 가운데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도 해본다. 민희 엄마가 민희에게 쏟아내는 말들은 많이 유감스럽다. 이 소설을 읽으며 학창시절도 떠올려보고 좋은 엄마란 뭘까 고민도 해보는 시간... 무엇보다 달리고 싶은 열망이 솟아난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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