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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마음이 소중해 - 마음 챙김 ㅣ 마음의 힘 4
마멘 두크 지음, 라울 니에토 구리디 그림, 윤승진 옮김 / 상수리 / 2021년 6월
평점 :
'마음의 힘' 네 번째이자 마지막 시리즈다. 앞서 출간된 자존감, 사회성, 사고력에 대한 책들을 모두 읽었고 꽤 유익하다고 생각했기에, 이번 마음 챙김을 주제로 한 책도 기대감이 넘쳤다. 앞선 시리즈 모두 글작가는 스페인 심리학자였다. 그런데 이번 책의 글작가는 스페인에서 연기 전공자로서 배우로 활동했던 사람이다. 단지 이력이 여기까지라면 '마음의 힘' 작가로 동참하지 못했을 듯한데, 저자는 뉴욕의 한 요가 학교에서 아이들을 위한 요가 프로그램을 이수한 후 스페인에서 현재 어린이 요가 전문가로 활동한다고 나와 있다.
책을 보기 전에 저자 소개를 살피는 습관상 들여다본 것인데, 이 책의 저자 이력이 특이하게 다가왔다. 이 책의 방향성도 조금 짐작해볼 수 있었다. 요가에 대해 나오겠구나. 그림작가들은 매번 달랐기에 책마다 그림체의 다양성, 차별성이 있어서 좋았다.
이 책에서 글과 그림 배치는 특별하다. 그림이 대부분 양면 전체로 배치되는 구성 방식이다. 먼저 줄글을 읽은 후 그 이미지를 상상해보다가 뒤페이지에 펼쳐진 그림을 보는 방식이라, 신선하게 다가왔다.
이 책을 열면 '마음 챙김'의 뜻풀이가 나오는데 이 말이 불교에서 쓰여온 명상법인 줄은 몰랐다. 저자를 따라 영화관으로 가본다. 자신의 마음을 영화관의 스크린이라고 상상해보라는 말과 함께. 이때 필요한 것은 상상력과 앉기 편한 장소.
영화 속 자신의 모습을 그려본다. 딱딱한 스파게티가 보글보글 끓는 물을 만나 흐물흐물해지듯이 몸이 부드러워진다. 발, 무릎, 다리, 등, 허리, 가슴, 손, 팔, 목, 머리... 그렇게 몸의 긴장이 풀려간다. 지금 저자를 따라 명상을 하는 중이다. 이번에는 넓고 푸른 들판에 앉아 나무 한 그루를 바라본다. '걱정 나무'다. 나의 걱정을 하나씩 떠올리며 나무에 걸어본다. 기분 나빴던 일들을 하나씩. 위치를 바꾸어 이제는 해먹에 누워 있다. 아, 나비가 날아간다. 자세히 관찰해본다. 어느새 콧등에 자리를 잡고 앉은 나비. (명상 중에 딴 생각이 떠오르고 만다. <피너츠 완전판>에 나온 에피소드. 페퍼민트 패티의 콧등에 앉았다가 날아간 나비.)
다시 집중. 나비의 날갯짓을 보면서 들숨과 날숨을 차분하게, 그리고 느리게 내어본다. 나비처럼 날아보자. 그리고 하늘에 펼쳐진 구름을 본다. 흰 구름 몇 개를 골라 '분노'를 담아 빨간색으로 칠해본다. 그렇게 빨간 구름들을 흘려보낸다. 흰 구름 몇 개에는 '우울'을 담아 파란색으로, 또 몇 개에는 '두려움'을 담아 검정색으로 칠해본다. 초록색 구름도 만들어본다. '평온'이 실려 있다. 자, 이번에는 해변에 누워 모래찜질을 해볼까. 모래, 바닷물, 햇빛의 온기, 바람을 느껴보자. 마지막 차례는 스스로 별이 되어보는 것이다.
이 책은 명상과 요가를 위한 장소, 시간, 방법, 자세 등을 알려준다. 등을 곧게 펴고 책상다리 자세로 앉는 '수카사나', 바닥에 누운 뒤 양다리와 양팔을 벌린 채 손바닥을 하늘로 향하는 '사바사나' 등의 용어도 나온다. 이 책의 내용대로 부모나 교사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아이들을 이끌어주면 좋겠다.
한때 요가 책을 보면서 스트레칭 동작처럼 따라해본 정도였을 뿐 명상과 요가는 내게 낯설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고 난 후 문득 음악치료를 잠깐 경험해본 기억이 떠올랐다. 편안한 의자가 준비되어 있고 조용한 음악이 깔린다. 그리고 음악치료사가 눈을 감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제 마음의 긴장이 풀어집니다." 이런 식의 멘트를 한다. 10분 정도였을까. 그 짧은 시간이 어색했던 나는, 꽤 오랫동안 긴장한 채 살아왔었구나 싶었다. 명상과 요가에 관심이 없더라도, 이 책은 마음을 차분히 들여다보도록 이끌어준다. '마음 챙김'이란 어른뿐 아니라 이것저것 어른만큼 바쁜 아이들에게도 필요한 시간이기에, 아이와 함께 활용해보면 유익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