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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브르가 알려주는 곤충 체험 백과 - 장수풍뎅이, 사슴벌레, 타란툴라, 전갈, 지네를 잘 키우고 싶은 어린이를 위한 생태도감 ㅣ 체험하는 바이킹 시리즈
정브르 지음 / 바이킹 / 2021년 7월
평점 :
정브르의 유튜브를 본 적은 없다. 희귀동물 전문 유튜브 크리에이터라니 신기하다. 예상대로 저자의 이름은 곤충학자 파브르의 이름을 따서 지은 것이라 한다. 아이에게 보여줄 '곤충 백과'를 찾고 있었다. 관련된 책을 도서관에서 찾아보기도 했는데, 말 그대로 백과사전식의 내용은 너무 딱딱해 보였고 분량도 꽤 많아 보였다. 지식 중심의 책이 아니라 친근한 관심으로 이끌어주는 책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빼곡한 정보를 담지 않아도 각 곤충의 특성을 알 수 있도록 실제 사진과 함께 흥미롭게 구성된 책이면 어떨까 싶었다.
사실 '곤충 백과'의 최신작이라는 이유로 이 책을 보고 싶었던 것인데, 예상하지 못했던 '체험', '사육'이라는 단어를 접하게 됐다. 이 책은 부제에도 나와 있듯이 아이들이 장수풍뎅이, 사슴벌레, 타란툴라, 전갈, 지네, 노래기를 잘 키우기 위한 생태도감이다.
먼저 얼핏 보면 구분이 잘 안 되는 장수풍뎅이와 사슴벌레를 묶어서 비교, 설명해주는데, 장수풍뎅이는 호전적인 성격이고 사슴벌레는 느긋한 성격이라니 그 대조가 재미있다. 몸의 구조와 한살이를 자세히 보여주고 유튜브 영상과 연결되는 QR코드도 삽입되어 있다. 사육장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용품, 관리의 팁을 알려주고, 곤충의 먹이도 소개하는데, 곤충의 고단백 과일뿐 아니라 채집에도 바나나를 많이 사용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당장 사육을 해보지 않더라도, 그 장면을 동영상으로 관찰해보는 것으로도 곤충 공부가 되겠다.
이 책은 곤충을 채집하는 과정, 표본 만드는 방법과 주의사항을 알려준다. 또한 장수풍뎅이와 사슴벌레의 여러 종류들을 하나씩 각 특성과 함께 설명해준다. 사진 위주의 설명이라서 전혀 지루하지 않고, 이렇게 많은 종류가 있는지 몰랐다. 중간중간 앞서 나온 설명을 기초로 깜짝 퀴즈를 풀어볼 수도 있다.
이후 이어지는 곤충들의 구성도 위와 같은 방식이다. 이채롭고 흥미로운 정보도 많다. 타란툴라는 모두 독을 가지고 있고 독이 있는 털을 날려 방어하고 공격한다고 한다. 거미가 자신의 거미줄에 걸리지 않는 이유를 아는가. 그것은 거미줄을 만들 때 세로줄부터 만들고 그다음 만드는 가로줄에만 끈끈한 액을 묻히기 때문이다. '낙타거미'는 거미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거미가 아니라는 사실도 알게 된다.
전갈의 종류가 이렇게나 많다니, 사진과 함께 각각의 모양을 대조해볼 수 있다. 지네의 경우, 외국의 지네와 우리나라 지네를 구별해서 만날 수 있다. 지네보다 다리가 많다는 노래기도 보여준다. 다리가 더 많을 뿐인데, 사진상으로는 지네보다 노래기를 보다가 흠칫 놀랄 때가 많았다. 나도 모르게 책에서 멀어지곤 했다.
부록으로는 짤막하게나마 신기한 곤충과 절지동물들 아홉 종을 소개하고 곤충 입양시 점검할 사항을 알려준다. 저자가 맺음말에서 말한 대로, 아이들이 곤충의 생태, 성장 과정, 짝짓기와 산란 등을 관찰하면서 생명의 신비로움을 느낄 수 있겠다. 그동안 곤충 채집에 대해 그리 교육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곤충 입장에서도 못할 짓이 아닌가 싶었다. 아이들은 호기심으로 채집을 할 뿐이고 곤충들은 서식처를 잃고 아이들의 손 위에서 놀잇감이 되다가 쓰러져버리는 게 아닌가 싶어서. 숲속에서 잘 사는 곤충들을 일부러 가져와 생명을 잃게 만드는 노릇 아닌가 싶어서.
그런데 저자 말대로 곤충을 사랑하고 책임감을 가진다면, 아이들도 충분히 곤충을 사육할 수 있겠구나 싶다. "내가 사육한다면"이라는 상상을 품고 이 책을 읽는다면, 더 집중해서 보게 되는 장점도 있다. 실제로 그럴 수 있도록 저자가 이 책과 유튜브를 통해 그 과정과 주의사항을 자세히 알려주는 것이겠지. 내가 키우게 된다면 사슴벌레가 매력적으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