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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걸리면 진짜 안 돼? - 응급의학과 의사의 선별진료소 1년 이야기
서주현 지음 / 아침사과 / 2021년 6월
평점 :
2020년 1월경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가 심각하게 거론되기 시작할 무렵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아직도 풀리지 않은 의문은 "코로나19가 왜 생기게 되었는가"에 대한 근본적 원인이다. 그게 궁금해서 평소에 보지 않던 과학 잡지를 들여다보았고, 중국인 저자의 <우한일기>, 우리나라 한의사의 합리적 의심을 기초로 한 <코로나 미스터리>, 우리나라 과학전문기자가 쓴 <팬데믹 리포트>도 읽어보았다. 팬데믹 상황이 오래 지속되면서, 어느 순간 원인 규명보다 빨리 좀 종식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앞서지만 여전히 알고 싶다. 우한에서 발생한 집단 폐렴은 왜 생겼던 것일까.
세계보건기구가 중국과의 이해관계를 떠나 처음부터 제대로 된 조사를 했더라면, 하는 갑갑함이 여전한 가운데 최근 기사를 보니, 미국와 영국의 정보기관을 중심으로 제기된 의혹은 코로나19의 발원지를 우한의 한 연구소로 본다는 것이다. 우한바이러스연구소 연구진이 보호장비도 착용하지 않고 박쥐의 배설물을 채취하다가 박쥐에게 물린 상처를 보여주는 영상도 있다. 이런 와중에, 제목부터 관심을 끌게 만드는 책 한 권을 만났다. <코로나19, 걸리면 진짜 안 돼?>가 내포하는 의구심은 '코로나19가 그렇게 심각한 거야? 모든 일상을 뒤바꿀 만큼? 그럼, 다음에 또 다른 이름의 전염병이 생길 때마다 이런 식으로 살아야 해?'라는 것들이다.
저자는 응급의학과 전문의로 현재 선별진료소에서 근무 중이다. 이 책은 크게 '코로나와 응급진료', '코로나로 멈춘 세상' 두 부분으로 구성되었다. 저자는 코로나19 때문에 중증 외상, 심정지 등 응급 환자들의 진료에 차질이 생기게 하는 시스템을 비판한다. 열이 나는 환자는 진료를 거부당하고 큰 사고를 당하거나 심장질환, 뇌졸중처럼 위급한 환자들조차 골든타임을 놓치는 현재 상황이 과연 정상적이고 합리적인지 되묻는다. 현재 시행되는 선제검사와 격리, 거리두기 정책을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정책"이라고 강한 어조로 비판한다.
보통 '코로나 검사'로 불리는 'RT-PCR 검사'에서 양성이 나오면 확진자가 되는데, 증상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으면 격리해제가 된다. 그런데 이 검사는 민감도가 매우 높아 개인 체질에 따라 두 달에서 석 달까지 양성이 나온다. 저자는 코로나19만 병원체가 나오면 무조건 다 확진자가 되는 것에 의문을 품는다. 손에서 세균이 검출됐다고 전부 세균 감염이 아니라는 기본 상식, 여러 기저질환을 가지고 폐렴, 요로감염, 장염 등을 앓는 중증환자들의 콧속에서 코로나19가 검출되면 확진자가 되고 사망하면 기존의 기저질환과 감염병은 지워진 채 사망원인이 '코로나19'가 되는 현실의 모순을 지적한다.
저자 자신이 선별진료소에서 근무해오고 있기에, 코로나19 초기부터 현재까지의 선별진료소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처음에는 폐렴이 심한 환자를 확진 가능성 높은 고위험군으로 정했는데, 실상 폐렴이 심하지만 코로나19는 음성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무증상이나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인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증상 있는 자와 접촉력 있는 자로 선별진료소가 이원화된다. 그러다가 증상도 없고 확진 가능성도 낮지만 검사 받고 음성증명서를 받아가는 세 번째 선별진료소가 생긴다.
저자는 무더위와 추위 등에 맞선 선별진료소 의료진의 고충을 전하는 한편, 확진 건수의 통계를 제시하기도 한다. 2021년 3월 31일 기준, 우리나라 코로나19 검사 건수는 인구 10퍼센트가 넘는 수, 그중 양성은 103,088건으로 70명 검사하면 한 명 정도의 확진이다. 그로 인한 사망은 하루 평균 4.3명. 대부분 80세 넘으신 기저질환자들이라는 것이다.
이 책을 보면서, 기저질환자들에게는 오히려 코로나19로 인한 병원 운영 때문에 더 위험해진 게 아닌가 우려를 가지게 됐다. 만성 호흡기 질환자들은 평소에 호흡곤란이나 가래가 있는 환자로, 감기만 걸려도 쉽게 폐렴에 이르고 사망할 위험도 높다. 호흡곤란 증상이 조금만 심해져도 곧장 응급실로 가야 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 이후 기본적으로 호흡곤란 환자, 특히 호흡곤란에 열까지 나는 사람을 병원에서 꺼리게 된 것이다. 코로나19 감염자일지 모르니.
현재 백신을 맞으면 열이 나도 코로나19 검사를 안 해도 되고, 약을 먹고 이틀 동안 지켜보는 방침이다. 저자에 따르면, 의심이 되거나 열이 나면 무조건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하라는 것과 대조되는 기준이다. 저자는 구체적으로 자궁경부암 백신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기는 하나, 코로나19 백신과 관련해서는 기저질환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맥락에서만 다루고 있다. 다만 인간의 힘으로 바이러스를 막기 어렵고 백신의 효과란 중증으로 진행되는 것을 막는 효과일 뿐, 감염을 막는 효과는 마스크보다 못하되 부작용은 클 것이라는 견해를 덧붙인다.
이 책은 한마디로, 선별진료소 의료진의 눈으로 바라본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견해다. 프롤로그에 압축적으로 문제의식이 잘 나와 있고, 본문에서 이를 구체적으로 전개하는 방식이다. 이 책으로, 병원의 응급 우선순위가 코로나19에만 중점을 둔 결과 벌어지는 위험성에 대해 알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