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을 지키는 개, 푸코 - 반려동물 수피아 그림책 3
김고은 지음, 윤휘취 그림 / 수피아어린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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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코가 버려졌다가 폐지 줍는 할아버지를 만난다는 대략의 줄거리를 보고, 미리 어떤 내용이 전개될지 상상해봤다. 그런데 옥상을 지킨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궁금했다. 기대감을 안고, 강아지를 좋아하는 아이와 여러 번 반복해서 읽은 책이다.

그림책에서 돋보이는 장면은 노란 은행나무, 눈처럼 흩날리는 은행잎, 할아버지가 학교 담장에 그리는 동네 집들의 전경이다. 새로 만난 가족인 할아버지와 함께하는 푸코의 표정 변화도 유심히 들여다보게 된다. 폐지를 줍기 위해 할아버지가 끄는 손수레에 올라탄 모습, 옥상 꽃밭에 모종을 심기 위해 할아버지와 꽃 시장에 들른 모습에서 푸코는 행복해 보인다.

 

푸코는 왜 옥상을 지키는 개가 되었을까. 그림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 이유를 알게 될 것이다. 이 그림책을 통해, 글작가의 설정을 주목해본다. 유기견, 폐지, 홀로 사는 할아버지, 부수어지는 집들 모두 소외된 대상들이다. 할아버지도 조만간 삶의 터전인 옥탑방에서 내쫓길지 모른다.

할아버지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여느 때처럼 생계를 위해 폐지를 계속 모으는 일이다. 옥상 꽃밭을 가꾸는 것도 한시적일 뿐이고, 학교 담장에 동네 집들을 그려놓는다고 재건축을 위해 하나둘 없어지는 집들을 지켜낼 수는 없다. 푸코가 옥상 꽃밭의 불청객인 비둘기들을 막아낼 재간이 없듯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아버지도, 푸코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다. 개발과 발전, 무조건 새것, 화폐가치의 관점으로는 어리석고 부질없어 보일지 모르나, 할아버지와 푸코가 보여주는 최선의 행보, 특히 옥상 꽃밭을 가꾸고 지키는 일이 마음에 잔잔하게 스며든다.

초반에 유기견이었다가 다시 버려지는 경험을 하는 푸코를 보면서, 반려견 키우는 것을 너무 가볍게 여기는 사람들을 일깨울 수 있겠구나 싶었다. 귀엽고 활발하며 할아버지 일도 척척 돕는 비글 푸코가 사랑스러운, 그래서 푸코를 안전하게 잘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새록새록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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